“한화 팬들이 미안해 하는 이유”.. ‘취업사기’ 쿠싱, 다른 팀에서 볼 수 있을까?

선발 투수로 한국 땅을 밟은 지 채 보름도 안 돼 마무리가 됐고, 지고 있는 경기에서도 마운드에 올랐으며, 때로는 7회부터 던지는 마당쇠 역할까지 소화했다.

잭 쿠싱이 15경기 19⅔이닝 1승2패 3세이브 평균자책점 4.58이라는 성적표를 들고 오웬 화이트의 복귀와 함께 한화 유니폼을 벗었다. 팬들이 그에게 건네는 말이 “고맙다”보다 “미안하다”에 가까운 건, 그가 겪은 6주의 내용을 알고 나면 당연한 반응이다.

선발로 왔는데 마무리가 됐다

쿠싱이 한화와 계약한 건 4월 초였다. 오웬 화이트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하자 급하게 데려온 대체 자원이었고, 6주 총액 9만 달러짜리 단기 선발이었다. 화이트가 돌아올 때까지만 선발 자리를 채워주면 되는 역할이었는데, 합류하자마자 시차 적응도 없이 훈련에 뛰어들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

문제는 4월 12일 KIA전 첫 선발 등판이 사실상 마지막 선발이 됐다는 것이다. 사흘 뒤인 4월 14일 삼성전에서 기존 마무리 김서현이 6볼넷 1사구라는 충격적인 성적을 남기자 코칭스태프는 쿠싱을 마무리로 전환하는 결정을 내렸고, 그날 이후 쿠싱의 한국 생활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5점 뒤진 9회에도 불렸다

마무리 보직을 받았다고 해서 세이브 상황에만 나온 것도 아니었다. 4월 16일 삼성전에서는 1-6으로 뒤진 9회에 뜬금없이 투입됐는데, 경기도 이미 기울고 세이브 상황도 아닌 상황에서 마무리가 등판하는 황당한 장면이 펼쳐졌다.

5월 3일 삼성전에서는 7회말이라는 지나치게 이른 타이밍에 조기 투입됐다가 선두 타자 볼넷에 이어 최형우에게 적시타를 맞아 동점을 허용하기도 했다.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16⅔이닝을 던지며 불규칙한 등판 간격을 소화하는 내내 팬들 사이에서 ‘취업 사기’ ‘보이스 쿠싱’이라는 자조적인 별명이 붙었지만, 정작 쿠싱 본인은 “팀이 원하는 역할이라면 뭐든 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며 묵묵히 제 몫을 다했다.

마지막은 깔끔하게

14일 키움전 9회, 한화 유니폼을 입고 던지는 마지막 등판이었다. 오선진을 2구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고 브룩스를 1루수 땅볼, 박수종을 3구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공 10개 만에 퍼펙트로 마쳤다. 혹독하게 굴려진 6주의 마지막을 가장 깔끔한 투구로 장식한 셈이었다.

다른 팀에서 볼 수 있을까

쿠싱이 떠났지만 KBO에서의 인연이 완전히 끝났다고 단언하기는 이르다. 올 시즌부터 부상 대체 외국인 선수는 계약 종료 후 웨이버 공시 없이 바로 자유계약 신분으로 풀리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어느 팀이든 당장 쿠싱과 계약을 맺을 수 있다.

마무리 고민이 깊은 LG 트윈스 팬들 사이에서는 요니 치리노스의 부상·부진 이후 손주영을 마무리로 전환하는 고육지책까지 꺼낸 상황인 만큼 쿠싱을 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화에서 단기간에 많은 공을 던진 만큼 후유증 우려가 없지는 않지만, 제구와 구위 모두 리그에서 이미 검증된 투수인 만큼 손을 내미는 팀이 나타난다면 쿠싱의 KBO 생활은 아직 끝나지 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