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은 이겼는데 한 명만 웃지 못했다. KIA 타이거즈 정해영(25)이 19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또 무너졌다. 4-1로 앞선 6회 올라와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는 동안 홈런 2방 포함 4실점. 팬들 사이에서는 인천 원정에는 아예 데려가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숫자가 말해주는 ‘인천 포비아’

정해영의 올 시즌 구장별 기록을 보면 반응이 과장이 아니다. 7월 19일 경기 종료 기준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의 평균자책점은 37.80, WHIP는 4.20, 피OPS는 1.765에 달한다. 상대 타자들이 정해영을 만나면 타율 5할대의 괴물 타선으로 변신하는 셈이다. 홈 광주에서 평균자책점 2.60으로 안정적인 것과 비교하면 낙차가 극단적이다.

올해만의 문제도 아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인천 원정 통산 19경기 평균자책점은 8.15로, 통산 평균자책점 3.15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지난 시즌에도 인천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7.71로 흔들렸다. 올 시즌 마무리 자리를 내려놓게 된 발단 역시 3월 28일 인천 개막전 ⅓이닝 3실점이었다.
편한 상황에서도 반복된 붕괴

19일 등판은 마무리 상황도 아니었다. 3점 리드에 남은 이닝도 넉넉한, 상대적으로 홀가분한 6회였다. 그런데도 연속 안타로 1사 1·2루에 몰린 뒤 대타 김재환에게 역전 스리런, 최지훈에게 백투백 홈런을 맞았다.

특히 최지훈에게는 3볼-1스트라이크에서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간 직구가 한가운데 몰린 완벽한 실투였다. 이틀 전인 17일 같은 구장에서 1이닝 무실점으로 반등하는 듯했지만, 결국 올해 마지막 인천 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을 5.87까지 끌어올리며 찜찜하게 떠났다.
경기력 이상으로 지적되는 건 심리다. 벤치도 인천에서의 아픈 기억이 긴박한 상황에서 발목을 잡을 것을 우려해 마무리 복귀 시점을 미뤄왔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부담이 덜한 상황에서조차 같은 그림이 반복되면서 우려가 현실로 확인됐다는 평가다.
마무리 재신임에도 걸린 문제

이 4실점은 단순한 하루의 부진으로 끝나지 않는다. KIA는 성영탁의 부진 이후 집단 마무리 체제를 이어왔고, 이범호 감독은 인천 4연전이 끝난 뒤 고정 마무리를 결단할 가능성을 내비쳐 왔다.
구위만 보면 정해영이 가장 앞선 후보로 꼽혀왔지만, 하필 결정 직전 마지막 시험대에서 최악의 결과가 나온 셈이다. 벤치가 이를 ‘인천 한정 악몽’으로 볼지, 경기력 자체의 문제로 볼지에 따라 마무리 구상이 갈릴 수 있다.
그래도 표본은 표본이다

물론 반론도 있다. 인천 평균자책점 37.80은 올 시즌 단 2경기에서 나온 수치로 표본이 극히 작고, 17일 경기처럼 구위 자체는 위력적이었다는 평가도 있다. 최근 전반적인 컨디션은 마무리 복귀를 거론할 만큼 올라와 있다는 게 코칭스태프의 시각이기도 하다.
다만 표본이 작아도 방향이 수년째 일관된다는 게 문제다. 올 시즌 KIA의 인천 원정 일정은 끝났지만, 포스트시즌이나 내년을 생각하면 언제까지 피해 다닐 수만은 없는 숙제다. 당장은 후반기 마무리 보직 결정에서 이 기록이 어떤 무게로 반영될지가 관전 포인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