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리가 잘 던지든 못 던지든 포기할 수 없는 이유” 좌완 파이어볼러는 안고 죽어야죠

포스트맨

시즌 평균자책점 8.84. 37⅓이닝 동안 볼넷 33개. 숫자만 보면 진작 정리됐어야 할 성적표다. 그런데 KIA는 이의리(24)를 위해 시즌 중 일본 연수를 보내고, 잔류군 프로그램을 짜고, 후반기 복귀 무대까지 깔아줬다.

그리고 이의리는 16~17일 SSG전 연이틀 등판에서 2⅓이닝 무실점, 최고 153km로 그 투자에 첫 이자를 지급했다. 팬들 사이에서는 이 극진한 대우를 두고 자조 섞인 결론이 나온다. 150km를 던지는 좌완은, 잘 던지든 못 던지든 안고 죽어야 한다는 것이다.

8점대 투수에게 이 정도 공을 들이는 이유

이의리의 올해는 처참했다. 제구가 무너져 이닝당 볼넷 1개 가까이를 헌납했고, 5월 말 1군에서 빠졌다. KIA의 처방은 이례적이었다. 6월 시즌 도중 김시훈, 홍민규, 강효종과 함께 일본 지바의 넥스트베이스로 보내 투구 메커니즘을 데이터로 뜯어보게 한 것.

귀국 후에도 서두르지 않았다. 함평 잔류군에서 빌드업을 거쳐 퓨처스 울산전에서 3이닝 4탈삼진 무실점을 확인한 뒤에야 후반기 1군에 올렸다.

이 정성의 근거는 희소성이다. 이의리는 2021년 신인왕 출신으로 2022~2023년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둔, 양현종의 대를 이을 차세대 에이스 1순위였다. 팔꿈치 수술을 이겨낸 뒤에도 구위는 살아있다.

4월엔 156km를 찍었고, 이번 복귀전에서도 153km 포심에 슬라이더를 섞어 박성한, 고명준, 전의산을 연달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좌완으로 이 공을 던지는 투수는 리그 전체에 손에 꼽는다. 못 던져도 버리지 못하는 이유가 공 자체에 있는 것이다.

셋업맨 이의리, 오히려 답일 수도

흥미로운 건 복귀 후 보직이다. 당초 계획은 롱릴리프였는데, 이범호 감독은 이틀 연속 셋업맨으로 썼고 결과가 좋았다. 짧은 이닝에서 구위를 쏟아붓자 압도력이 극대화됐고, 무엇보다 스트라이크를 공격적으로 던졌다. 감독은 “괜찮으면 앞에서 써도 되고 길게 써도 된다. 의리를 살려야 우리 팀이 더 잘할 수 있다”며 활용 폭을 열어뒀다.

커뮤니티에서도 비슷한 사례들이 소환된다. 지난해까지 욕받이였다가 올해 선발로 자리 잡은 롯데 김진욱, 그리고 ERA 12점대에도 한화가 일본까지 보내가며 붙잡는 김서현. 강속구 영건은 터질 때까지 기다리는 게 리그의 공식이 됐다는 것이다.

다만 ‘언제까지’라는 질문은 남는다

회의론도 짚어야 한다. 이의리의 제구 문제는 데뷔 이래 5년째 반복되는 숙제이고, 이번 2경기에서도 불리한 카운트에서 존 끝에 걸치는 공으로 운 좋게 볼넷을 피한 장면이 있었다. 퓨처스에서조차 타자가 아니라 자기 폼과 싸운다는 냉정한 평가가 나왔던 게 불과 얼마 전이다. 표본 2⅓이닝으로 부활을 선언하기엔 이르다는 얘기다.

결국 관건은 후반기다. 셋업맨으로 스트라이크 우선 투구가 자리 잡으면 KIA는 필승조 한 장을 얻고, 기존 5선발에 문제가 생겼을 때의 보험까지 확보한다. 반대로 볼넷 병이 재발하면 ‘안고 죽어야 하는 좌완’이라는 말은 올겨울 다시 논쟁거리가 된다. 지금으로선 감독의 말대로다. 의리가 살아야, KIA의 후반기 계산이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