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우석(28)이 트리플A 무대를 폭격하고 있다. 그런데 디트로이트는 미동조차 없다. 심지어 2일에는 불펜에 공백이 생기자 고우석보다 성적이 뒤지는 보 브리스키를 콜업했다. 트리플A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내고도 번번이 외면당하는 이 상황,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성적은 이미 차고 넘친다

고우석은 올 시즌 더블A에서 평균자책점 0.66을 찍고 트리플A로 승격한 뒤에도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톨레도에서 18경기 3승 1패 1세이브 3홀드, 6월 한 달만 보면 9경기 평균자책점 1.46이다. 최근에는 4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 중이고, 볼넷 대비 탈삼진 비율도 압도적이다. 현지 팬 매체조차 고우석을 40인 로스터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을 정도다.
그런데 콜업 경쟁에서는 매번 밀렸다. 켄리 잰슨이 부상으로 빠졌을 때는 소머스가, 윌 베스트가 이탈한 이번에는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 12.46으로 강등됐던 브리스키가 올라갔다. 기량이 아니라 신분이 갈랐다.
문제는 40인 로스터

핵심은 고우석이 40인 로스터에 포함되지 않은 마이너 계약 신분이라는 점이다. 브리스키나 소머스처럼 이미 40인 로스터에 있는 선수는 서류 한 장으로 올릴 수 있지만, 고우석을 콜업하려면 기존 선수 한 명을 방출 대기(DFA)하거나 부상자 명단을 조정해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트리플A 성적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멀쩡한 자원을 정리하는 행정적 리스크를 감수할 구단은 많지 않다. 디트로이트가 고우석의 무실점 행진을 그저 지켜만 보는 이유다.

샌디에이고와 마이애미를 거치며 방출 대기 신분으로 쫓기듯 계약했던 당시 상황상, 고우석 측이 구단을 압박할 강력한 조항을 확보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계약의 세부 내용은 공개된 적이 없어, 값싸고 안전한 예비 불펜 자원을 로스터 부담 없이 묶어두려는 구단의 계산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남은 카드는 옵트아웃

이제 공은 고우석에게 넘어왔다. 그는 7월부터 옵트아웃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을 파기하고 FA로 나와 불펜 보강이 급한 다른 구단에서 빅리그 기회를 노리거나, 톨레도에 남아 디트로이트가 문을 열 때까지 기다리는 두 갈래 길이다.

지난 5월에는 차명석 단장이 직접 미국까지 건너간 LG의 복귀 제안도 고사했다. 메이저리그 데뷔라는 꿈을 접지 않겠다는 의지다. 결국 고우석이 할 수 있는 건 하나뿐이다. 디트로이트가 로스터 정리라는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올릴 수밖에 없도록, 지금의 폭격을 멈추지 않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