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한정 오타니” 두산 곽빈이 메이저리그 진출할 가능성 높은 이유

곽빈(두산)에게는 재미있는 수식어가 있다. 고교 시절 투수로 최고 153km를 던지면서 타자로는 주말리그 타점상까지 받아 ‘고교야구의 오타니’로 불렸던 것이다.

투타 겸업의 꿈은 프로에서 투수로 정리됐지만, 그 재능은 이제 다른 방향으로 만개하고 있다. 158km 강속구를 앞세워 KBO를 폭격 중인 곽빈을 보기 위해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연일 국내 구장을 찾고 있다.

리그 최초 100탈삼진, 커리어 하이 페이스

곽빈의 올 시즌은 커리어 최고 수준이다. 지난달 26일 잠실 KIA전에서 6이닝 4피안타 무실점으로 시즌 6승째를 챙기며 올 시즌 리그 최초로 100탈삼진 고지를 밟았다. 15경기 만의 달성으로, 두산 프랜차이즈 최초의 5년 연속 100탈삼진 기록까지 함께 세웠다. 지금 페이스면 개인 최다인 2024년의 154탈삼진 경신도 충분하다.

내용도 달라졌다. 곽빈 스스로 “작년까진 직구 구속은 있는데 구종 가치가 좋지 않았다”고 인정했는데, 올해는 그 직구의 위력 자체가 올라왔다. 여기에 매년 새 구종을 하나씩 장착해온 그는 올 시즌 커터까지 더하며 레퍼토리를 넓혔다.

곽빈의 활약 속에 두산은 리그 유일의 3점대 팀 평균자책점(1위)을 질주 중이다. 정작 본인은 “최민석이 있어서 내가 에이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몸을 낮췄지만, 국가대표 이력과 무게감에서 그가 두산 마운드의 기둥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스카우트들이 주목하는 이유

메이저리그의 관심은 막연한 것이 아니다. 곽빈의 최대 무기인 최고 158km의 포심은 KBO를 넘어서는, 이른바 ‘탈KBO급’ 구위로 평가받는다. 지난 WBC에서도 결과와 별개로 트래킹 지표상 구위만큼은 타국 대표급 투수들과 비교해 밀리지 않는다는 게 확인됐다.

여기에 만 27세의 나이, 매년 발전하는 구종 개발 능력까지. 키움 안우진과 함께 국내 투수 중 가장 현실적인 메이저리그 도전 카드로 꼽히는 이유다.

시기도 맞아떨어진다. 곽빈은 2027시즌이 끝나면 포스팅 자격을 얻는다. 즉 올해와 내년이 몸값을 쌓는 결정적인 쇼케이스인 셈이고, 스카우트들이 지금부터 그의 등판마다 스피드건을 들이대는 것도 그래서다.

곽빈 본인도 “스카우트를 의식하진 않는다. 아직 내가 메이저리그에 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면서도 “부족한 부분을 더 완벽하게 만들면 도전해볼 수 있다고 본다”며 미국 진출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남은 숙제도 분명하다

물론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커리어 내내 따라다닌 제구 기복과 볼넷은 여전한 과제이고, 빅리그 스카우트들이 가장 꼼꼼히 보는 부분이기도 하다. 큰 경기에서 유독 작아지는 모습도 지적거리다.

포스트시즌 통산 평균자책점이 7점대에 이를 만큼 가을야구와 인연이 없었는데, 흥미롭게도 국제대회에서는 제 몫을 해내는 아이러니한 유형이다. 결국 구속도 제구도 아닌 멘탈의 스텝업이 마지막 관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럼에도 방향은 분명하다. 고우석이 마침내 빅리그 문을 연 지금, 그 다음 주자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국내파 투수가 안우진과 곽빈이다. 고교 시절 오타니 소리를 듣던 재능이 KBO를 평정하고 태평양을 건널 수 있을지, 남은 한 시즌 반이 그 답을 정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