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명석 LG 단장이 직접 찾아갔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많은 팬들은 고우석이 돌아올 거라고 예상했다. 유영찬이 부상으로 시즌 아웃 판정을 받으며 마무리 공백이 생긴 상황에서, 단장이 몸소 찾아가 복귀를 타진했으니 솔깃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였다.

그런데 고우석은 정중히 거절했다. 세 시즌째 이어온 메이저리그 도전을 이번엔 반드시 결실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그만큼 확고했고, 18일 트리플A 마운드에서 2이닝 무피안타 무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그 선택이 아직까지는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물론 빅리그 마운드를 밟은 건 아니다. 지금은 그 가능성을 하나씩 쌓아가는 중이다.
이날 투구가 압도적이었던 이유

디트로이트 산하 트리플A 톨레도 머드헨스 소속 고우석은 18일 오마하 스톰 체이서스전에 구원 등판해 2이닝 무피안타 무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숫자도 숫자지만 내용이 더 인상적이었다. 7회 첫 타자 로하스를 142km 스플리터로 내야 땅볼 처리하고, 톨버트에게는 128km 커브를 스트라이크 존 높은 코스로 꽂아 넣어 루킹 삼진을 뽑았다.
8회는 더 압도적이었다. 커브와 스플리터로 타자들을 농락했고 마지막 타자 스콰이어스에게는 151.4km 포심 패스트볼을 구석에 찔러 헛스윙 삼진으로 마무리했다. 구위와 제구, 변화구 완성도가 동시에 살아났다는 게 이날 투구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벼랑 끝에서 다시 올라오다

고우석의 미국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 2023시즌 종료 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년 보장 450만 달러 계약을 맺으며 빅리그를 밟았지만 개막 로스터 진입에 실패했고, 트레이드와 방출을 반복하며 굴곡진 시간을 보냈다.

2026시즌을 앞두고 디트로이트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새로 맺으며 다시 기회를 잡았는데, 초반에는 ERA가 20.25까지 치솟으며 위기를 맞았다. 더블A로 내려가 감각을 되찾은 고우석은 트리플A 복귀 후 3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며 ERA를 3.24까지 끌어내렸다.
LG 제안을 거절한 배경

KBO 시절 고우석은 LG에서 통산 7시즌 300경기 등판, 139세이브, ERA 3.18을 기록한 리그 정상급 마무리였다. 2022년에는 42세이브로 세이브왕까지 올랐다. 그런 선수가 단장이 직접 찾아온 친정팀 복귀 제안을 거절한 건 메이저리그에 대한 간절함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LG 구단도 선수의 의지를 존중해 더 이상 설득하지 않았다.

현재 디트로이트는 마운드 부상자가 속출하며 마이너 자원을 적극적으로 콜업하는 팀이다. 이미 한화 출신 버치 스미스가 마이너 계약 후 빅리그 불펜의 핵심으로 올라온 사례도 있다. 고우석이 트리플A에서 이 흐름을 이어간다면 빅리그 콜업이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 차명석 단장의 제안을 거절하고 선택한 길이 빅리그 마운드로 이어지길, 지금 고우석은 그 증명을 하나씩 쌓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