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1700억 계약이 너무 비싸다고?” 이정후 몸값이 합리적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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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27·샌프란시스코)의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700억 원) 계약은 체결 당시부터 “너무 줬다”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첫해 어깨 수술, 지난해 평범한 성적이 이어지며 ‘악성 계약’ 소리까지 들었다. 그런데 팀이 무너져 셀러로 전환하는 지금, 현지의 결론은 정반대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의 베테랑 슬러서 기자는 “이정후 트레이드는 상상하기 어렵다. 올 시즌 활약과 그의 계약은 충분히 합리적”이라고 못 박았고, 뉴욕포스트의 존 헤이먼도 구단이 에이스 웹과 이정후만큼은 매각 불가로 분류하고 있다고 전했다.

팀 내 연봉 서열을 보면 답이 나온다

‘1,700억’이라는 총액의 착시를 걷어내면 계산이 달라진다. 사치세 기준 연평균 연봉으로 샌프란시스코 고액 야수들을 줄 세우면 데버스 2,915만 달러, 아다메스 2,600만 달러, 채프먼 2,517만 달러, 그리고 이정후는 1,883만 달러다.

그런데 올해 성적은 거꾸로다. 이정후는 전반기를 타율 0.302, 100안타로 마치며 한때 리그 타격 1위 경쟁까지 벌였고, 위의 세 명은 나란히 기대 이하로 트레이드 매물 명단에 올랐다. 팀에서 네 번째로 비싼 야수가 가장 좋은 타자라면, 그 계약은 비싼 게 아니라 남는 장사다.

‘악성 계약’이 2년 반 만에 뒤집혔다

서사의 반전도 극적이다. 2024년 37경기 만에 어깨 수술로 시즌을 접었고, 지난해엔 150경기 타율 0.266, OPS 0.735로 몸값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하지만 올해 18경기 연속 안타, 구단 역사에 남을 몰아치기와 함께 공수 모두 매년 발전하는 궤적을 그리면서 평가가 완전히 뒤집혔다.

여러 매체가 트레이드 후보로 거론했지만, 정작 구단은 웹과 이정후를 “다시 경쟁력을 갖출 미래의 핵심”으로 규정했다. 셀러 팀이 지키겠다고 선언한 두 명 중 하나라는 것 자체가 현재 가치의 증명이다.

돈으로 환산 안 되는 항목: 한국 시장

슬러서 기자가 강조한 또 하나의 축은 마케팅이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 1월 래리 베어 회장 등 수뇌부가 직접 서울을 찾아 한국 기업·야구계와의 장기 파트너십을 공언했고, 팀 성적이 지구 4위(41승 55패)로 처참한 올해도 홈 평균 관중 3만 6,646명으로 리그 6위 흥행을 지키고 있다.

그 중심에 팀 내 최고 인기 스타가 된 이정후가 있다. 이 선수를 유망주 몇 명과 바꾸는 순간, 구단은 성적과 함께 한국 시장이라는 미래 수익원까지 내다버리는 셈이 된다.

물론 ‘합리적’에도 조건은 있다

반론도 있다. 이정후는 내후년 시즌 뒤 옵트아웃이 가능한 계약이라, 지금처럼 잘할수록 샌프란시스코는 그를 2년만 쓰고 놓칠 위험이 커진다. 장타력이 아쉬워 우승권 팀의 코너 외야수로는 물음표라는 냉정한 평가, 전반기 막판 페이스가 꺾인 점도 지켜볼 대목이다.

결국 ‘합리적 계약’이라는 현재의 평가는 이정후가 3할과 건강을 유지한다는 전제 위에 서 있다. 다만 분명한 건, 2년 전 “오버페이”라 조롱받던 계약이 지금은 셀러 팀이 끝까지 움켜쥔 자산이 됐다는 사실이다. 계약의 가치는 사인하는 날이 아니라 그라운드에서 결정된다는 걸, 이정후가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