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이글스가 30일 대전 KT전에서 7-0으로 크게 앞선 4회초, 우천 노게임이 선언되며 다 잡은 승리를 날렸다. 강백호의 시즌 20호 홈런과 80타점 기록도 함께 사라졌다.
더 아쉬운 건 노게임 선언 직후 비가 그쳤다는 점이다. 한화로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런 논란이 반복되는 근본 원인은 결국 우천 판단 기준의 모호함에 있다.
사라진 7점과 강백호의 20홈런

한화는 1회말 최인호의 안타와 연속 출루로 만든 무사 만루에서 강백호의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뽑은 뒤, 허인서·김태연·이도윤의 연속 안타로 5-0을 만들었다. 2회말에는 강백호가 KT 선발 사우어를 상대로 투런 홈런을 터뜨려 7-0으로 달아났다. 이 홈런은 강백호의 시즌 20호이자 2년 만의 20홈런, 그리고 한미일 통합 타점 1위를 굳히는 80타점째였다.

그러나 3회부터 비가 거세졌고, 심판진은 4회초를 앞두고 우천 중단을 선언했다. 약 86분을 기다렸지만 결국 오후 8시 56분 노게임이 선언됐다. 5회를 채우지 못했기에 7-0이라는 점수도, 강백호의 기록도 전부 없던 일이 됐다. 그런데 관중이 다 빠져나가기도 전에 비가 완전히 그치면서 아쉬움은 더 커졌다.
문제는 ‘명확한 기준’의 부재

이번 논란의 본질은 심판의 판단이 틀렸느냐가 아니다. 경기 도중 우천 판단에 적용할 명확한 수치 기준이 없다는 데 있다. KBO 규정상 경기 시작 전에는 시간당 10mm 이상, 경기 1시간 전 5mm 이상이면 취소를 고려한다는 강수량 기준이 있다. 그러나 일단 경기가 시작되면 이런 수치 기준은 사라지고, 심판진이 그라운드 상태·강수량·선수 안전·기상 레이더 등을 종합해 재량으로 판단한다.
문제는 이 재량의 폭이 너무 넓다는 점이다. 어떤 날은 폭우 속에서도 몇 시간씩 기다렸다 경기를 강행하고, 어떤 날은 비교적 빨리 노게임을 선언한다. 실제로 2023년 9월 같은 대전 한화-KT 경기에서는 역대 최장인 204분을 기다린 전례가 있다. 똑같이 비가 내려도 기다리는 시간이 그때그때 다르니, 손해를 본 팀과 팬 입장에서는 형평성에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일관된 룰이 필요하다

물론 비 외에도 강풍, 미세먼지, 그라운드 상태 등 변수가 많아 강수량 하나로 모든 걸 정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반론도 있다. 심판이 기상청에 직접 확인한 뒤 결정하도록 한 것도 그래서다. 갑작스러운 소나기가 이렇게 빨리 그칠 줄 심판진도 예측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일관된 기준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우천 중단 후 최소 대기 시간을 통일하거나, 일정 강수량·레이더 조건에서는 반드시 일정 시간 이상 기다린 뒤 결정하도록 명문화한다면, 적어도 ‘그 경기는 기다렸는데 우리 경기는 왜 안 기다렸냐’는 식의 형평성 논란은 줄어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