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A 타이거즈 나성범의 올 시즌 역할이 조금 묘하다. 그라운드 위에서도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지만, 요즘 팬들 사이에서 나성범의 이름이 더 자주 오르내리는 건 그의 타격이 아니라 20살짜리 후배를 향한 뜨거운 손길 때문이다. KIA 덕아웃 안에서 나성범은 이미 ‘나관장’이자 ‘GYM성범’으로 통한다.
김도영이 먼저였다, 일명 성범스쿨

사실 나성범표 후배 관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23년 나성범이 종아리 부상으로 전반기 대부분을 재활에 매달리던 시절, 거의 붙어다니며 함께한 선수가 있었다. 바로 김도영이었다. 나성범은 재활 기간 동안 김도영에게 체력 관리와 운동 루틴을 직접 가르쳐줬고, 그 결과 김도영의 타구 속도가 올라가고 근육 벌크업에도 눈에 띄는 변화가 생겼다.

이때부터 나성범은 ‘김도영의 개인 PT쌤’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이 과외 프로그램에 붙은 이름이 바로 ‘성범스쿨’이다. 김도영이 2024시즌 온갖 기록을 갈아치우며 시즌 MVP까지 차지하자 성범스쿨의 명성은 KIA 안팎에서 공식처럼 굳어졌고, 비시즌 스프링캠프에서는 팀 내 근육이 부족하거나 마른 선수들을 나성범이 직접 트레이닝시키는 것이 자연스러운 풍경이 됐다.
아들하고 8살 차이밖에 안 난다

성범스쿨의 2026년 신입생은 박재현(20)이다. 나성범은 27일 키움전 후 박재현을 두고 “거의 아들 키우듯이 한다”고 털어놨다. 실제 아들 정재와도 8살 차이밖에 안 난다는 점, 아침밥 먹을 때도 직접 연락해서 함께 챙겨 먹는다는 점, 캠프 때부터 데리고 다니며 방향을 잡아주고 있다는 점까지 구체적으로 밝혔다. “내가 보니까 누가 안 잡아주면 이상하게 왔다 갔다 할 것 같다”는 말에서 단순한 선배 챙김 그 이상임을 알 수 있다.

박재현도 같은 생각이었다. 28일 덕아웃에서 직접 확인해보니 “진짜 그거예요. 아들 키우기예요. 맨날 따라다니고, 잔소리도 막 해주시고”라고 답했다. 나성범의 영향으로 담배는 아예 안 피우고, 술도 거의 입에 안 댄다고 했다. 웨이트는 나성범이 드는 무게가 자신과 체형이 달라서 무조건 따라가진 않지만, 꾸준히 운동하는 루틴만큼은 자연스럽게 흡수했다.
150억짜리 계약, 숫자에 없는 역할

나성범은 2021년 시즌 후 KIA와 6년 150억 원 규모의 FA 계약을 맺으며 이적했다. 매 시즌 그에 걸맞은 성적표가 따라줘야 한다는 부담이 있는 건 사실이다. 이미지에서 확인되는 박재현의 올 시즌 성적(타율 0.268, 홈런 8, 타점 27, OPS 0.844)처럼 화려한 수치가 나성범에게는 없다. 하지만 지금 KIA 안에서 나성범이 하고 있는 일은 기록지에 잡히지 않는 종류의 것이다.

이범호 감독도 이 부분만큼은 분명하게 인정했다. “프로야구가 체력적으로 힘들고, 에이스 만나면 고민되고 그러는데 들어가기 전부터 조용히 웃겨주는 걸 보면 그런 친구 한 명 있고 없고가 굉장히 다르다”고 했다. 박재현이 분위기를 살리되 선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팀 케미스트리를 높여주고 있고, 그 선을 잡아주는 게 나성범이라는 점에서 연결고리가 생긴다.
김도영이 2024년을 증명했고, 2026년엔 박재현이 성범스쿨 간판을 이어받았다. 150억의 가치를 따지는 시선도 있지만, KIA 입장에서는 이 학교 출신 선수들이 리그를 흔드는 한 꽤 남는 장사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