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키움이 서건창과 2년 최대 6억원 비FA 다년계약을 전격 발표했다. 올해 연봉 1억 2000만원으로 복귀한 지 한 시즌도 채 안 됐는데, 시범경기 부상으로 9경기 출전에 그친 37세 베테랑에게 갑자기 2년 계약을 들이밀었다. 팬들 사이에서 퇴직금 챙겨주는 느낌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는 게 이해가 되는 타이밍이다.
뜬금없어 보이지만 키움다운 계약이다

사실 키움의 계약 타이밍은 늘 기괴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팬들 사이에서 “키움 계약들은 대부분 기괴한 타이밍에 잘 나온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번 계약도 그 연장선이다.

구단은 “팀 합류 후 서건창이 보여준 베테랑으로서의 헌신과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태도를 높이 평가해 이번 계약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는데, 실질적인 배경으로는 몇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시각이 있다. 샐러리캡 하한선을 맞추기 위해 어딘가에 돈을 써야 하는 구단 사정, 그리고 코치진 대신 고참 선수에게 연봉을 쓰면서 그라운드 안팎의 리더십을 동시에 확보하는 일석이조 효과다.
서건창의 커리어가 이 계약을 납득하게 만든다

키움 구단 역사에서 서건창이 갖는 상징성은 단순한 선수 이상이다. 2012년 입단 테스트로 유니폼을 입은 뒤 신인왕과 골든글러브를 동시에 석권했고, 2014년에는 KBO 역사상 전무후무한 단일 시즌 201안타를 달성하며 MVP를 거머쥐었다.
키움의 전성기를 함께 만든 선수에게 사실상 은퇴까지 함께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셈이다. 1989년생으로 2028년이면 만 39세가 되는 나이를 감안하면, 이 계약은 전력 보강보다는 레전드를 예우하는 차원에 가깝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성적은 그래도 나쁘지 않다

황당하다고만 볼 수 없는 이유는 서건창이 실제로 제 몫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범경기 부상으로 늦게 합류했지만 지난 9일 복귀 이후 9경기에서 타율 0.297, 출루율 0.409를 기록하며 1번 타자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키움 타선이 리그 최하위권에 머무는 상황에서 출루 능력을 갖춘 리드오프를 구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한 베테랑 대우만으로 보기 어렵다. 어차피 큰돈도 아니고, 후배들에게 살아있는 교재가 되는 선수를 2년 6억에 묶어두는 건 키움 입장에서도 나쁜 거래가 아니다.

서건창 본인도 “구단 구성원으로서 더 오랜 시간 함께하게 돼 기쁘고, 그만큼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201안타 MVP가 1억 2천짜리 백의종군으로 돌아와 묵묵히 던지고, 구단이 2년 계약으로 화답했다. 퇴직금 같다고 해도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마무리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