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키움이 SSG를 6-0으로 완파하며 4연승을 달렸다. 탈꼴찌의 기쁨까지 함께였다. 그런데 이날 경기 전에 키움에서 한 가지 발표가 있었다. 타격 파트 코치진 개편이었다.
김태완 1군 타격코치가 일신상의 이유로 자진 사임했고, 그 빈자리를 채운 건 아직 현역 선수 신분인 이용규였다. 41세, KBO 통산 2140안타에 397도루를 기록한 베테랑 외야수가 타격코치 역할을 맡자마자 팀이 만루홈런을 치고 6연속 무실점으로 이겼다.
얼마나 심각했는데

키움의 타격 지표는 올 시즌 내내 리그 꼴찌였다. 팀 타율 0.226, 홈런 23개, 팀 OPS 0.619 모두 10개 구단 중 최하위였고, 5월 들어서도 팀 타율이 0.220에 그치며 개선 기미가 없었다.
이정후·김혜성·송성문·김하성이 모두 해외로 떠난 뒤 타선을 채울 자원이 부족하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지만, 남은 선수들의 타격 능력을 끌어올리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결국 코치진 교체라는 결단이 내려졌다.
이용규가 코치를 맡은 이유

이용규는 2021년 키움에 합류해 2022년 창단 세 번째 한국시리즈 진출과 준우승에 함께했다. 뛰어난 리더십으로 선수단 내 신망이 두터웠던 그는 지난 시즌 플레잉코치로 신분을 바꾼 뒤에도 현역 의지를 놓지 않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손목 수술을 받으며 현역 복귀를 준비했지만 손목이 버텨주지 못해 아직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한 상태다. 그럼에도 선수로 완전히 포기한 게 아니라고 밝혔다. “몇 경기라도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나가고 싶다. 도루 3개가 남아 400도루를 채우고 싶다. 미련이 남을 것 같다”는 말에서 선수로서의 집념이 느껴진다.

타격코치 역할에 대해서는 부담 없다는 입장이다. “메인은 강병식 코치님이 해주시고, 나는 뒤에서 보조하는 역할을 하겠다. 강 코치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돕고, 선수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본인이 아직 현역 감각을 유지하며 훈련을 이어가는 만큼, 선수들에게 가장 실전에 가까운 조언을 줄 수 있는 코치라는 게 구단의 판단이었다.
발표 당일 나온 만루홈런

타이밍이 절묘했다. 코치진 개편 발표 직후 치른 경기에서 키움은 3회 1사 만루에서 김건희가 130m짜리 그랜드슬램을 터트리며 단숨에 4-0으로 달아났고, 7회에도 안치홍·이형종의 연속 적시타로 쐐기를 박으며 6-0 완승을 거뒀다.

여기에 에이스 알칸타라가 8이닝 96구 2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6년 만의 SSG 상대 스윕까지 완성했다. 물론 코치가 바뀐 첫날 타선이 폭발한 게 코칭 효과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침체됐던 팀에 새로운 자극이 됐다는 건 부정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