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최초 여성 심판, 정확도는 꼴찌” 한국 팬들이 ‘젠 파월’ 이름까지 외운 이유

포스트맨

메이저리그 심판 이름을 외우는 한국 팬은 드물다. 그런데 예외가 하나 생겼다. 젠 파월. 13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토론토전에서 송성문의 명백한 볼넷을 스트라이크로 판정하고, 곧이어 요청한 ABS 챌린지마저 “신청 시간이 지났다”며 거부한 그 주심이다.

항의하던 샌디에이고 타격코치는 퇴장당했고, 이후 보크 판정으로는 토론토 벤치까지 폭발시켰다. 양 팀 모두의 공분을 산 이 심판, 한국 야구와 엮인 게 벌써 세 번째다.

문현빈, 이정후, 그리고 송성문

악연의 시작은 지난해 11월 도쿄돔 한일전이었다. 주심으로 나선 파월은 문현빈이 땅에 바운드된 타구로 만든 내야안타를 ‘노바운드 뜬공 아웃’으로 판정해 지워버렸고, 도쿄돔 로컬룰을 몰라 파울 타구에 인정 2루타를 선언했다가 4심 합의로 번복되는 촌극도 빚었다.

일본 팬들조차 한국을 동정했을 정도의 판정들이었다. 지난달에는 이정후의 명백한 1루 세이프를 아웃으로 선언해 비디오 판독 끝에 뒤집혔다. 그리고 이번 송성문 사건까지. 한국 선수 관련 논란만 반년 사이 세 건이니, 팬들이 이름을 외울 만도 하다.

역사적 상징, 그러나 냉정한 숫자

파월은 지난해 8월 MLB 150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심판으로 데뷔한 역사적 인물이다. 소프트볼 선수 출신으로 NCAA 심판부터 시작해 마이너리그에서 1,200경기 이상을 소화하고 트리플A 챔피언십까지 거친, 절차상으로는 충분히 검증된 경력자다.

문제는 빅리그에서의 숫자다. 심판 판정을 집계하는 ‘엄파이어 스코어보드’ 기준 파월의 스트라이크·볼 판정 정확도는 90.45%로, 리그 평균(92~93%)을 크게 밑도는 집계된 주심 중 최하위 수준이다.

10개 중 1개꼴로 오심이 나온다는 뜻이다. 몸쪽 존을 과도하게 잡는 성향이 원인으로 지목되는데, 여기에 챌린지 운영 미숙과 룰 숙지 문제 같은 경기 운영 이슈까지 겹치면서 판정 하나하나가 도마에 오르는 상황이 됐다.

미국에서는 성별 논쟁으로까지

파월의 부진은 미국에서 더 예민한 논쟁이 됐다. 옹호론자들은 마이너에서 충분히 검증받았고 신인 심판이라면 누구나 겪는 적응기일 뿐, 성별과 연결 짓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고 말한다. 반면 비판론자들은 최근 데뷔한 젊은 심판들의 정확도가 평균을 웃도는 것과 대비된다며 실력 문제라고 반박한다.

일부에서는 “여성 심판은 시기상조였다”는 비아냥까지 나오는데, 정작 이런 인식이야말로 파월 개인의 부진이 만든 가장 뼈아픈 후폭풍일 것이다. 유리천장을 깬 첫 주자의 성적표가 뒤따를 후배들의 평가 기준이 돼버리는, 개척자의 잔인한 숙명이다.

결국 답은 ABS뿐이라는 역설

흥미로운 건 이 논란의 결론이 향하는 곳이다. 한일전 직후 송성문과 안현민이 인터뷰에서 KBO의 ABS가 그립다고 했을 만큼, 파월 사태는 ‘사람 판정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가 되고 있다.

MLB도 챌린지 제도를 확대하며 기계 판정 시대로 가는 중이다. 역사상 첫 여성 심판이 심판이라는 직업 자체의 대체 논쟁에 기름을 붓고 있다는 것. 파월에게도, MLB에게도 얄궂은 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