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가 사이영상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무릎 부상이 이렇게 심하다고?

포스트맨

경기 시작 6시간 전 날아든 보도자료 한 장이 많은 걸 말해줬다. 11일(한국시간) 애리조나전 선발 등판이 예정돼 있던 오타니 쇼헤이(32·다저스)가 왼쪽 무릎 통증으로 마운드에서 빠졌고, 15일 필라델피아 올스타전에도 가지 않는다.

양대리그 통합 최다인 334만여 표를 받아낸 팬투표 1위가 축제를 포기한 것이다. 그리고 이 결정과 함께, 시즌 전 공언했던 목표 하나가 사실상 함께 접혔다. 생애 첫 사이영상이다.

7년 전 수술받았던 ‘그 무릎’이다

오타니는 2019년 9월 왼쪽 무릎의 선천성 질환인 이분슬개골 수술을 받았는데, 지금 문제를 일으키는 부위가 바로 그 무릎이다. 통증이 표면화된 건 지난 6월 11일 피츠버그전. 경기 도중 교체된 이후 한 달 내내 물이 차고 빠지기를 반복하는 염증을 참아가며 뛰어왔다.

몸은 정직하게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오타니는 그 이후 도루 시도를 아예 멈췄고, 마운드에서는 무릎 부담을 줄이려 착지 위치를 바꿨다. 결과는 수치로 드러났다. 첫 10경기에서 61이닝 5자책이던 투구 내용이 최근 4경기에서는 24⅔이닝 12자책으로 눈에 띄게 무뎌진 것이다. 본인도 무릎은 타격보다 투구에 훨씬 부담이 크다며, 불안 없이 던질 수 없는 상태라면 쉬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등판 하나가 사이영을 지웠다

이번 등판 취소가 뼈아픈 건 사이영 레이스의 산수 때문이다. 오타니는 6인 로테이션 속에서 던지느라 전반기 85⅔이닝으로 경쟁자들보다 이닝이 크게 부족했다. 평균자책점 1.79(리그 2위), WHIP 0.95, 피안타율 0.180이라는 지배적인 비율 스탯에도 불구하고, 수상권에 들려면 최소 150이닝 안팎을 확보하며 이 페이스를 끝까지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여기서 등판이 하나라도 빠지면 계산이 무너진다. 시즌 초 사이영을 향한 욕심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던 오타니가, 그 꿈의 마감 시한이 남아 있는 7월에 스스로 공을 내려놓은 셈이다.

로버츠 감독의 말이 이 결정의 본질을 요약한다. 오타니가 사이영상을 마음에 두고 있었던 건 맞지만, 10월에 건강하게 던진다는 목표보다 앞서는 건 없다는 것. 감독은 지금이 7월이 아니라 10월이었다면 오타니는 던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인 타이틀과 팀의 가을,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순간이 왔고 오타니는 후자를 골랐다는 얘기다.

그 무릎으로 홈런은 친다

아이러니한 건 같은 날 타석에서의 오타니다. 등판을 접은 그날 1번 지명타자로 나서 1회 선두타자 홈런을 쏘아 올렸다. 시즌 21호이자 리그 공동 최다 8번째 리드오프 홈런.

이번 주 통산 300홈런까지 넘긴 방망이는 무릎과 무관하게 여전히 뜨겁고, WAR은 전체 2위로 4년 연속 MVP 레이스는 그대로 살아 있다. 다만 홈런을 치고 베이스를 도는 발걸음이 눈에 띄게 조심스러웠다는 현지 중계 화면이, 이 선수가 지금 어떤 몸으로 뛰고 있는지를 보여줬다.

과장할 필요는 없다. 구단은 추가 정밀검사가 필요 없는 수준이라고 보고 있으며, 이번 주말 무릎에 찬 물을 빼고 주사를 맞은 뒤 나흘을 쉬면 후반기 첫 양키스전부터 타자로 정상 출전이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시즌을 위협하는 중상이 아니라, 방치하면 커질 수 있는 불씨를 지금 끄는 예방 조치에 가깝다.

사이영은 접었지만, 더 큰 판은 남았다

정리하면 이렇다. 오타니의 무릎은 시즌아웃급 부상은 아니지만, 투타겸업 4년차의 몸에 쌓인 마모가 임계점을 알린 첫 경고다. 본인도 원인을 피로 누적과 투구 메커니즘에서 찾으며 스스로 풀어야 할 숙제라고 인정했다.

사이영상이라는 계산서는 내년으로 미뤄졌지만, 4년 연속 MVP와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2연패라는 더 큰 청구서가 후반기에 남아 있다. 올스타전에서 오타니를 못 보는 아쉬움은 크지만, 10월의 오타니를 위한 선불이라면 팬들도 기꺼이 낼 만한 값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