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대 3위에 해당하는 238만 2480표를 얻고도 손아섭(두산)의 올스타전 출전이 무산됐다. 양의지, 오스틴 딘에 이어 전체 3위의 득표를 기록했지만, 선수단 투표에서 밀린 데 이어 감독 추천까지 받지 못하면서 역대 최다 득표 탈락이라는 진기록을 남겼다. 팬들의 사랑은 컸지만, 정작 그 표가 현실과 너무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는 3위, 성적은 처참

이번 결과를 두고 손아섭 본인에게 안타깝다는 시선도 있지만, 동시에 표를 던진 팬심에 대한 의문도 함께 제기된다. 올 시즌 손아섭의 성적이 올스타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기 때문이다.

손아섭은 올 시즌 1군에서 12경기 출장에 그쳤고, 타율 0.111(36타수 4안타), 출루율 0.195, OPS 0.417에 머물렀다. 득점권 타율도 0.125로 처참했다. 4월 한화에서 두산으로 트레이드된 뒤에도 반등하지 못했고, 결국 1군에서 말소돼 퓨처스리그에서 재정비 시간을 보내야 했다. 사실상 올 시즌 1군 무대에서 제 모습을 거의 보여주지 못한 선수가 전체 득표 3위에 오른 셈이다.
선수와 감독이 외면한 이유

이런 성적이다 보니 선수단 투표(30%)에서 밀린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베스트 12에 들었던 양의지나 오스틴 딘과 달리, 손아섭은 동료 선수들의 표를 충분히 받지 못했다. 현장에서 직접 경기를 뛰는 선수들이 보기에 올 시즌 손아섭의 경기력은 올스타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감독 추천 역시 마찬가지였다. 부진한 성적의 베테랑을 추천하기보다, 시즌 내내 꾸준히 활약한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드림·나눔 올스타 감독 추천 명단에는 신인 장찬희, 박정민, 박준현을 비롯해 올 시즌 두각을 나타낸 선수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결과적으로 손아섭은 팬 투표를 제외한 모든 관문에서 외면받았다.
인기투표의 딜레마

이 사례는 올스타 팬 투표가 가진 근본적 딜레마를 다시 드러낸다. 손아섭은 통산 안타 KBO 순수 2위, 통산 타율 상위권에 빛나는 리그를 대표하는 베테랑 스타다. 두꺼운 팬층이 그의 이름값과 누적된 애정에 표를 던진 결과가 238만 표다. 그러나 올스타전은 본래 그해 가장 잘한 선수들을 위한 무대다.

뽑아준 팬들도 문제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지점이 여기다. 명백히 부진한 시즌을 보낸 선수에게 인기만으로 표가 쏠리면, 정작 그 자리를 채워야 할 활약한 선수가 밀려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반대로 보면, 올스타전이 본래 팬들을 위한 축제인 만큼 팬이 보고 싶은 선수를 뽑는 것 자체를 탓할 수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결국 팬심과 성적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라는 해묵은 과제가, 이번 손아섭의 사례로 다시 한번 도마에 오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