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상백은 78억인데”.. 키움 하영민 80억 계약이 절대 오버페이가 아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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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이 13일 하영민(31)과 8년 총액 80억 원의 비FA 다년계약을 발표하자 커뮤니티가 갈라졌다. 지난해 7승 14패, 평균자책점 4.99를 찍은 투수에게 80억이 웬 말이냐는 반응과, 지금 FA 시장을 안다면 오히려 싸다는 반박이 맞붙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최근 선발 투수 시세를 대입하는 순간 이 계약은 오버페이와 거리가 멀다.

4년 78억 엄상백, 4년 70억 최원태의 시대

기준점은 시장이다. 엄상백은 4년 78억에 한화로 갔고, 최원태는 4년 70억을 받았다. 두 계약 모두 이후 성적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 속에서도, 그게 ‘선발 한 자리’의 시장가였다. 풀타임 불펜도 4~50억을 받는 시대다.

그런데 하영민의 80억은 4년이 아니라 8년에 걸친 금액, 연평균 10억에 옵션까지 포함된 구조다. 2년 연속 150이닝 이상을 소화하고 올해도 ERA 4.16으로 던지는 중인 투수의 연 단가로는, 최근 계약들과 비교해 오히려 보수적인 책정에 가깝다. 최근 3년간 규정이닝의 30% 이상을 채운 토종 선발이 열 손가락 남짓이라는 리그 현실이 이 시세의 배경이다.

숫자에 안 찍히는 두 가지 핸디캡

하영민의 4점대 평균자책점에는 감안할 배경이 있다. 첫째, 그는 리그 최하위권 키움 타선을 상대하지 않고 아홉 개 팀의 타선만 상대해 이 성적을 냈다. 둘째, 이정후와 김혜성이 떠난 뒤 리그 하위권으로 평가받는 키움 수비를 등지고 던졌다.

인플레이 타구의 상당수가 아웃 대신 안타로 살아나는 환경에서 쌓인 4점대라는 얘기다. 지난해 14패라는 숫자도 투수 개인보다 팀의 득점 지원 문제가 컸다는 게 중론이다.

내구성 측면의 계산도 있다. 하영민은 오랜 불펜 생활 끝에 2024년에야 선발로 정착한, 이른바 ‘주행거리’가 짧은 투수다. 31세라는 나이가 걸림돌로 보이지만, 어깨 소모가 적어 지금 기량을 길게 유지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8년이라는 파격적 기간에는 이 계산이 깔려 있다.

트레이드설까지 잠재운 ‘프랜차이즈 선언’

이 계약의 또 다른 축은 서사다. 하영민은 2014년 2차 1라운드로 히어로즈에 입단해 12년을 한 팀에서 버틴 프랜차이즈이자, 팀 암흑기에 묵묵히 로테이션을 지켜 팬들의 애정이 각별한 선수다. 성실한 훈련 태도로도 정평이 나 있다.

협상은 7월 3일 첫 제시, 5일 합의라는 초스피드로 끝났는데, 단장은 선수 본인이 키움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어 했다고 전했다. 시장에 나가면 더 받을 수 있다는 계산 대신 잔류를 택한 셈이고, 구단은 떠돌던 트레이드설까지 이 계약 하나로 정리했다.

물론 리스크가 없진 않다

냉정하게 보면 8년은 긴 시간이다. 30대 후반까지 이어지는 계약이고, 구위로 압도하는 유형이 아니라 기량 유지가 전제돼야 한다.

지난해 5점대에 육박했던 평균자책점이 재발하면 계약 후반부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다만 옵션 포함 구조라 구단의 안전장치가 있고, 로테이션을 지키며 130~150이닝만 꾸준히 소화해줘도 시장가 대비 손해가 아니라는 게 계산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