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성문의 가치를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12일(한국시간) 토론토를 8-7로 꺾은 뒤 크레이그 스태먼 샌디에이고 감독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9번 타자의 성적표는 3타수 1안타. 숫자만 보면 감독이 왜 이렇게까지 말하는지 알기 어렵다.
그런데 경기 내용을 뜯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날 송성문(30)은 안타 하나로 2타점을 만들고, 베이스를 훔치고, 몸을 날려 실점을 지웠다. 승리에 필요한 거의 모든 종류의 플레이를 9번 타순에서 해낸 것이다.
안타 1개로 만든 ‘풀코스’ 활약

2-4로 뒤진 2회 첫 타석, 송성문은 볼넷을 골라 나가 마차도의 동점 적시타 때 홈을 밟으며 추격의 발판이 됐다. 4-4 동점이던 3회 2사 2, 3루에서는 토론토 좌완 마코의 초구 슬라이더를 결대로 밀어쳐 2타점 역전 중전 적시타. 이날 경기의 결승점이 된 타점이었다. 그리고 곧바로 2루를 훔쳤다. 시즌 11호 도루, 13번 시도해 11번 성공이라는 알짜 효율이다.

하이라이트는 수비였다. 4회 2사 1, 3루 실점 위기에서 스프링어의 좌익선상 직선타를 몸을 던져 낚아채며 이닝을 끝냈다. 1점 차 승부로 끝난 경기였으니, 이 다이빙캐치가 없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 볼넷, 적시타, 도루, 호수비. 안타는 하나였지만 경기에 관여한 방식은 네 가지였다.
감독이 콕 집은 진짜 가치, ‘내야 전천후’

스태먼 감독의 극찬은 이날 하루가 아니라 구조적인 이유에서 나왔다. 샌디에이고 내야 왼쪽에는 마차도와 보가츠라는 노장들이 버티고 있는데, 매일 풀타임을 소화하기엔 체력 부담이 크다. 여기서 송성문의 존재가 빛난다. 3루, 유격수, 2루를 모두 소화하는 좌타 내야수.

감독은 주전들이 시즌 끝까지 체력을 유지해 포스트시즌에서 최고의 야구를 하게 만드는 게 팀 전략이며, 송성문이 그 휴식을 가능하게 하면서 생산력까지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MLB닷컴도 구단이 영입 당시 기대했던 모습이 바로 이것이라며, 매우 효과적인 교체 카드임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최근 팀의 반등 국면마다 송성문이 있었다. 지난 6일 다저스전에서는 한 경기 2도루로 8연패 탈출에 힘을 보탰고, 9일 애리조나전에서는 2득점으로 5할 승률 복귀를 도왔으며, 이날은 역전 결승타점의 주인공이 됐다. 지구 2위 싸움이 한창인 샌디에이고에서 조용히 승리 지분을 쌓아가는 중이다.
남은 숙제는 타율, 그러나 방향은 맞다

냉정한 시선도 필요하다. 시즌 타율은 0.217로 아직 낮다. KBO를 평정하고 건너온 타자에게 기대했던 정확도와는 거리가 있고, 붙박이 주전이 아닌 만큼 타격감을 꾸준히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이기도 하다. 다만 내용은 나아지고 있다.

이달 2일 컵스전에서 빅리그 데뷔 첫 홈런을 신고했고, 낮은 타율을 볼넷과 주루로 메우며 출루 이후의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좌완의 바깥쪽 슬라이더를 억지로 당기지 않고 결대로 밀어친 이날 적시타는, 빅리그 투수들에 대한 적응이 진행 중이라는 좋은 신호다.
‘슈퍼 유틸리티’라는 생존 공식

메이저리그에서 외국인 내야수가 살아남는 길은 두 가지다. 압도적으로 치거나, 어디서든 쓸모 있거나. 송성문은 후자의 길에서 자기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감독이 공개적으로 가치를 인정하고 팀 전략의 한 축으로 언급했다는 건, 로스터 생존을 넘어 포스트시즌 구상에 포함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타율이라는 마지막 퍼즐까지 맞춰진다면, 샌디에이고는 9번 타순에서 리그에서 가장 값싸고 유능한 만능 카드를 손에 쥐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