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팬들에게 김서현(22)만큼 감정을 널뛰게 하는 선수는 없다. 공 하나에 리그 최고의 재능이 보이다가도, 다음 공 하나에 한숨이 터진다.
올해는 평균자책점 12.38이라는 처참한 숫자를 남기고 2군에 내려가 있다. 그런데도 한화는, 그리고 욕하던 팬들조차 이 선수를 놓지 못한다. 그의 야구 인생을 처음부터 따라가 보면 이유가 보인다.
중학교 때 이미 괴물, 그러나 멈췄던 1학년

김서현은 자양중 시절부터 187cm 체구에서 최고 145km를 뿌리며 메이저리그 구단까지 눈독을 들인 재능이었다. 그러나 서울고 진학 직후 토미 존 수술을 받으며 1학년을 통째로 재활에 바쳤다. 꺾일 수 있었던 커리어는 오히려 더 크게 돌아왔다. 3학년 때 평균자책점 1.30, 55⅓이닝 72탈삼진으로 고교 무대를 평정한 것이다.

정점은 2022년 U-18 세계선수권이었다. 일본전에서 최고 101마일, 약 163km로 측정됐다는 보도가 나오며 일본 언론까지 들썩였다. 경쟁자 심준석이 미국행을 택하면서, 김서현은 꿈이라 말했던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프로의 벽, 그리고 롤러코스터

프로는 재능만으로 넘을 수 없었다. 데뷔 당시 김서현은 두 가지 팔 높이로 공을 던지는 독특한 폼을 갖고 있었고, 이를 하나로 교정하는 과정에서 예전 폼으로 돌아가는 등 시행착오가 반복됐다.

구위와 제구가 함께 흔들린 데뷔 시즌의 고비, 잔부상까지 겹친 2년의 성장통. 그러다 2024년 후반 김경문 감독, 양상문 코치와 만나며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지난해에는 한화의 2위 돌풍 속에 불펜에서 성공의 경험을 쌓았다.
드디어 터지나 싶던 순간, 올해 다시 믿기지 않는 제구 난조가 찾아왔다. 1군 12경기 평균자책점 12.38. 2군에서도 반등하지 못해 지금은 투구 밸런스를 처음부터 다시 잡는 중이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이유

이 롤러코스터에도 한화가 김서현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160km는 가르쳐서 만들 수 없다. 제구는 교정의 영역이지만 구속은 타고나는 영역이고, 그 재능을 가진 투수는 리그 전체에 손에 꼽는다. 야구계에서 여전히 김서현이 마무리로 각성하면 40세이브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둘째, 이미 증명한 고점이 있다. 세계 무대의 163km와 지난해의 반등은 이 재능이 허상이 아님을 보여줬다. 셋째, 팀 사정이 절박하다. 문동주는 어깨 수술로 시즌 아웃, 정우주는 잔류군에서 재조정 중이다. 한화가 그린 영건 파이어볼러 시대의 설계도에서 김서현마저 지우면 남는 그림이 없다.

물론 기다림이 능사는 아니라는 비판도 타당하다. 전체 1순위가 4년 차에도 밸런스를 다시 잡고 있다는 건 뼈아픈 현실이다. 다만 스물둘의 나이와 멀쩡한 어깨, 그리고 163km의 기억은 아직 이 도박을 접을 이유가 되지 못한다. 김서현이 다시 1군 마운드에 서는 날, 팬과 안티는 또 한 번 같은 마음으로 그 공 하나를 지켜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