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이 끝나면 생애 첫 FA가 되는 홍창기(33)를 두고 LG 팬덤의 기류가 미묘하다. 4년 전이었다면 ‘무조건 잡아야 할 프랜차이즈’였을 이름인데, 지금은 적정가 잔류와 아름다운 이별 사이에서 의견이 갈린다.
최근 타격감을 끌어올리며 타율을 0.259까지 회복했지만, 이미 보여준 저점과 팀 내부 사정, 그리고 내년부터 바뀌는 홈구장까지 LG가 지갑을 활짝 열지 않을 이유가 겹겹이 쌓여 있다.
반등했지만, ‘저점’은 이미 목격됐다

홍창기의 올 시즌은 롤러코스터였다. 4월에는 타율이 0.148까지 떨어지며 4경기 연속 선발 제외라는 커리어 최악의 시기를 보냈다. 리그 최고의 출루 머신이 1할대 타율로 벤치를 지키는 장면은 팬들에게도 충격이었다. 다행히 6월 중순부터 10경기 타율 0.368의 몰아치기로 살아났고, 전반기를 0.259로 마치며 클래스를 어느 정도 증명했다.

문제는 FA 협상 테이블의 심리다. 반등은 반등대로 평가받겠지만, 구단은 33세 시즌에 목격한 그 저점을 잊지 않는다. 지난해 무릎 수술로 시즌 대부분을 날린 데 이어 2년 연속 물음표가 붙은 상황. 30대 중반을 향해 가는 외야수에게 장기 계약을 안기기엔 리스크 계산이 복잡해졌다는 얘기다.
송찬의가 터져버렸다

더 결정적인 변수는 내부에서 나왔다. ‘만년 유망주’ 송찬의(27)가 올해 타율 0.298에 8홈런을 기록하며 만개한 것이다. 팀 내 OPS도 외국인 타자 오스틴 다음가는 상위권. 리드오프로 나선 경기에서 4안타를 몰아치는 등 감독의 신임을 확보했고, 5월 한때 월간 타율 0.141까지 떨어졌던 슬럼프를 6월 0.488이라는 괴물 같은 반등으로 스스로 이겨냈다는 점에서 반짝이 아니라는 평가에 힘이 실린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홍창기의 수술 공백 때 기회를 받으며 성장한 선수가, FA 시즌의 홍창기 입지를 위협하는 그림이 됐다. 여기에 문성주가 건재하고 기대주들도 대기 중이라, 코너 외야에서 홍창기의 대체 불가성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게 냉정한 현실이다.
새 구장은 ‘홍창기형 타자’의 무대가 아니다?

구장 변수도 있다. LG는 잠실돔 건설과 맞물려 홈구장을 옮기게 되는데, 새 보금자리인 잠실주경기장 야구장은 좌우 펜스가 지금보다 크게 짧아질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되면 팀 구성의 셈법이 달라진다. 짧은 담장의 이점을 누릴 장타형 자원의 가치가 오르고, 넓은 잠실에서 라인드라이브와 출루로 승부해 온 홍창기 유형의 상대적 효용은 떨어진다는 논리다.

팬들 사이에서는 홍창기가 오히려 잠실에서 강했던 타자라 작은 구장의 수혜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새 구장에서는 담장을 노릴 수 있는 타자들에게 자리를 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래도 ‘출루 머신’의 유산은 무시 못 한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홍창기는 출루왕과 골든글러브를 보유한 LG 테이블세터의 상징이고, 올해도 극심한 부진 속에서 출루율만큼은 꾸준히 유지하며 선구안이라는 본질이 살아있음을 보여줬다. 염경엽 감독이 최악의 슬럼프 기간에도 단 한 번의 엔트리 말소 없이 기다렸고, 홍창기가 그 믿음에 반등으로 답했다는 서사도 가볍지 않다.
송찬의의 올해가 플루크일 가능성, 문성주의 고질적인 내구성 문제를 생각하면 검증된 출루 자원을 내보내는 리스크도 작지 않다. 뎁스는 두꺼울수록 좋다는 원칙론, 프랜차이즈를 놓쳤을 때의 후폭풍도 구단이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공은 홍창기의 후반기에 있다

종합하면 LG의 스탠스는 예상 가능하다. 성의 있는 적정가는 제시하되, 타 구단과 경쟁이 붙어 값이 뛰면 쿨하게 보내주는 것. 과거 채은성, 김현수급 프랜차이즈들과의 이별에서 봤던 그 공식이다.
결국 협상 테이블의 무게추를 옮길 수 있는 건 홍창기 자신뿐이다. 6월의 반등을 후반기 내내 이어가 ‘4할 출루 머신’의 완전체로 시즌을 마친다면 LG도 계산기를 다시 두드려야 하고, 다시 흔들린다면 겨울의 선택지는 좁아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