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와서 가장 용 된 선수 1위”.. ‘롯데의 영원한 캡틴’ 조성환 이야기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프로 와서 가장 용 된 선수’를 물은 설문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인물이 있다. 롯데의 영원한 캡틴, 조성환이다. 본인조차 “내가 가장 용 된 것 같다”고 인정했을 정도다.

고교 동창 신윤호와 박명환도 학창 시절 조성환은 결코 잘하는 선수가 아니었다고 증언했다. 2차 8라운드라는 하위 지명 순번이 말해주듯, 그는 출발부터 스타와는 거리가 먼 선수였다.

성실함 하나 보고 뽑은 선수

원광대를 졸업하고 1999년 롯데에 입단한 조성환의 지명 이유부터가 특이했다. 롯데 프런트는 실력이 아니라 “저런 성실한 선수가 팀에 있으면 다른 선수들도 보고 느끼는 게 많을 것”이라는 이유로 그를 뽑았다. 분위기 메이커 정도를 기대하고 데려온 선수가 훗날 박정태의 뒤를 잇는 주전 2루수이자 근성의 아이콘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전환점은 2003년이었다. 시즌 후반 3할 타율에 도전하던 그에게 삼성 양준혁이 1루에서 건넨 한마디, “반드시 3할을 쳐라. 3할을 쳐본 타자와 못 쳐본 타자는 다르다”는 조언이 그를 밀어 올렸고, 결국 생애 첫 3할을 달성했다. 4년 연속 꼴찌를 달리던 암흑기 롯데에서 조성환의 예상 밖 활약은 팬들의 몇 안 되는 위안이었다.

흑역사, 그리고 진짜 시작

그러나 이듬해 그는 인생 최대의 오점을 남긴다. 2004년 프로야구 병역비리 사건에 연루돼 도피했다가 자수했고, 6개월 실형을 살았다. 출소 후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를 마치고 2008년에야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본인에게는 평생 벗어나지 못할 굴레였다.

그런데 복귀한 2008년, 32세의 조성환은 완전히 다른 선수가 돼 있었다. 8번 타순에서 3할이 넘는 타율로 ‘공포의 8번타자’로 불리다 순식간에 3번으로 승격했고, 그해 타율 3할에 81타점 31도루를 기록하며 팀의 8년 만의 가을야구를 이끌었다. 2루수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했다.

전임 주장 정수근이 음주 폭행으로 이탈하자 주장 완장을 물려받았고, 이후 특유의 리더십으로 로이스터 시대 롯데의 중흥기를 진두지휘했다. ‘조캡’이라는 애칭이 이때 탄생했다. 30대가 되어서야 전성기를 맞은, KBO에서도 보기 드문 대기만성이었다.

캡틴이 남긴 것

2009년 빈볼에 얼굴을 맞는 큰 부상 이후 시력이 떨어지며 전성기는 길지 못했다. 결국 2014년, 더 이상 투수의 공을 볼 수 없다는 안타까운 이유로 은퇴를 선언했다. 마지막 1군 복귀전에서 대주자로 나섰을 뿐인데 사직 팬들이 그의 응원가를 합창한 장면은 지금도 회자된다. 은퇴 후에도 그의 응원가는 롯데의 ‘캡틴송’으로 남아 후배 주장들에게 대물림되고 있다.

16년간 오직 롯데에서만 뛴 원클럽맨은 이후 해설위원과 두산 수비코치를 거치며 우승 반지를 꼈고, 두산 감독대행까지 지낸 뒤 현재는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편파 논란이 흔한 해설 판에서 친정 롯데 경기조차 중립적으로 중계해 가장 신뢰받는 해설자라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