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군 간 노시환이 김경문 감독에게 보낸 문자” 그래도 김경문 감독은 노시환을 믿는다

307억원의 무게가 26세 청년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2군행이 결정된 날, 노시환은 김경문 감독에게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다.

송구하다는 마음, 다시 돌아오겠다는 다짐이 담겼을 것이다. 감독의 답장은 짧았다. “헤어지는 게 아니라 빨리 좋아져서 팀에 힘을 보태야 한다.”

타율 0.145, 삼진 21개

한화는 13일 노시환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시즌 개막 후 첫 2군행이다. 13경기 타율 0.145(55타수 8안타), 홈런 0개, 3타점. 삼진은 21개나 당했다. 득점권 타율 0.095(21타수 2안타)는 중심 타선의 역할을 전혀 해내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타격 부진이 길어지자 3루 수비까지 흔들렸다. 실책 3개를 기록하며 악순환이 이어졌다. 김경문 감독은 11~12일 KIA전에서 노시환을 4번에서 6번으로 내렸고, 득점권 상황에서는 희생번트까지 지시했다. 4번 타자에게 번트 사인을 내리는 건 ‘성역은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였다.

“대형 계약, 좋기도 하지만 그만큼 스트레스”

김경문 감독은 14일 삼성전을 앞두고 노시환의 2군행 배경을 설명했다. 기술이나 체력이 아닌 심리가 문제였다.

“노시환이 스스로 훈련도 열심히 하고 책임감도 강한데, 개막 후 성적이 잘 안 나오니까 본인 스스로도 스트레스가 많았던 것 같다. 한 발짝 물러나서 시간을 갖는 게 어떨까 생각해 엔트리에서 빼게 됐다.”

그리고 씁쓸하게 덧붙였다. “장기 계약이 좋은 부분도 있지만, 그만큼 스트레스가 많다. 이런 부분을 2군에서 덜어내고 가벼운 마음으로 1군에 돌아와 잘했으면 좋겠다.”

노시환은 올 시즌을 앞두고 한화와 11년 307억원의 비FA 다년 계약을 체결했다. KBO 역대 최장 기간, 최고 금액이다. 지난해 연봉 3억 3000만원에서 올해 10억원으로 뛰어올랐고, 내년부터 2037년까지 연평균 27억 9000만원을 받게 됐다. 2023년 홈런왕(31개), 2025년 32홈런-101타점의 주인공이 느끼는 무게감은 숫자로 환산할 수 없다.

“헤어지는 게 아니다”

노시환이 보낸 장문의 메시지에 김경문 감독은 짧게 답했다. “나는 ‘우리가 헤어지는 게 아니라 네가 빨리 좋아져서 다시 돌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다. 여기까지만 말씀드리겠다.”

김경문 감독은 지난해 중반 노시환이 긴 슬럼프에 빠졌을 때도 4번 타자로 고정했다. ‘믿음의 야구’를 상징하는 기용이었고, 노시환은 후반기에 반등해 32홈런-101타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믿음이 고집으로 변질하기 전에 결단을 내렸다. 지난겨울 FA로 영입한 강백호(4년 100억원)를 4번에 쓸 수 있어서 가능한 선택이기도 했다.

2군에서는 지명타자로

노시환은 2군에서 이틀 쉰 뒤 지명타자로 경기에 나선다. 타격감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기 위해서다. 1군 3루수는 이도윤이 대체한다. 김 감독은 “도윤이도 컨디션이 좋았는데 경기를 자주 나가지 못했다. 노시환이 없는 동안 잘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한편 KBO 규약에 따라 노시환은 2군에 머무는 동안 하루 약 166만원씩 연봉이 감액된다. 최소 10일간 2군에 머물러야 1군 재등록이 가능하므로 이번 2군행으로 최소 1666만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금전적 손해까지 감수하며 재충전에 나서는 것이다.

김경문 감독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결국 노시환이 1군에 다시 와서 잘 쳐줘야지 우리가 연승을 달릴 수 있다.” 질책이 아닌 기다림. 감독의 믿음은 여전히 노시환을 향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