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반기가 사실상 끝나가는 시점, KBO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30승 고지를 밟지 못한 팀이 있다. 키움 히어로즈다. 한때 8위까지 올라섰던 팀은 다시 최하위로 주저앉았고, 이대로면 구단 최초 4년 연속 꼴찌가 유력하다.
그런데 이 팀의 사령탑 설종진 감독은 다른 구단 감독들만큼 이름이 오르내리지도 않는다. 팬덤 자체가 작은 팀이라 비판조차 조용히 묻힌다는 자조가 나오는 이유다.
숫자가 말하는 최하위의 현실

키움의 전반기는 참담하다. 팀 타율 0.233으로 리그 꼴찌, 리그에서 유일한 20승대 팀이다. 설종진 감독은 7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전반기가 끝나면 무엇이 문제였는지 잘 분석해 후반기엔 이기는 야구를 준비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그날 경기에서 키움은 9안타를 치고도 단 한 점을 뽑지 못하고 0-3으로 졌다. 에이스 안우진이 3실점으로 버텼는데도 타선이 침묵하며 또 무득점 패배. 감독의 다짐이 무색해진 하루였다.

마운드는 안우진 복귀와 알칸타라, 박준현 등의 활약으로 최소한의 체면은 세웠지만, 방망이가 그 노력을 전부 갉아먹는 구조다. 외인 타자를 두 명으로 늘리는 승부수까지 던졌지만 히우라와 데이비슨의 중심타선은 아직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시즌의 절반이 지나서야 문제를 분석하겠다는 말 자체가 한가하게 들린다는 팬들의 냉소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례적인 이력의 감독

설 감독을 향한 시선이 유독 박한 데는 그의 이력도 한몫한다. 그는 현대 유니콘스 투수 출신이지만 대학 시절 화상 부상 여파로 1군에서 뚜렷한 족적 없이 은퇴했고, 이후 염경엽 감독의 제안으로 프런트에 합류해 선수단 매니저, 육성팀장, 잔류군 코치 등을 거쳤다.

2020년부터 2군 감독을 맡았고, 지난해 홍원기 감독이 시즌 중 전격 경질되자 감독대행으로 승격됐다. 그리고 최하위 시즌이 끝난 뒤 2년 총액 6억이라는 리그 최저 수준 대우로 정식 감독이 됐다.

즉 1군 코치 경력 없이 프런트와 2군을 거쳐 곧바로 1군 사령탑이 된, KBO에서 보기 드문 케이스다. 구단은 “누구보다 우리 구단을 잘 아는 창단 멤버”라는 점을 선임 이유로 들었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검증된 지도력보다 구단 방침에 순응할 인물을 값싸게 앉힌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가시지 않는다.
감독 탓만 할 수 있을까

다만 냉정하게 보면 키움의 추락을 감독 한 명의 책임으로 돌리긴 어렵다. 이 팀은 이정후, 김혜성, 송성문 등 수많은 핵심 전력을 수년간 연쇄적으로 내보냈고, 그 사이 리그 최저 수준의 투자로 버텨왔다. 현장의 권한을 제한하고 프런트가 주도하는 구단 운영 철학도 유명하다.

전임 홍원기 감독 역시 한국시리즈 준우승까지 이끌고도 전력 붕괴 속에 물러났다. 어떤 감독이 와도 쉽지 않은 환경이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감독대행 포함 두 시즌 가까이 반등의 실마리조차 보여주지 못한 성적표는 결국 사령탑의 몫으로 남는다. 최악의 감독이라는 낙인이 억울하다면 증명할 방법은 하나뿐이다. 스스로 공언한 대로, 후반기에 이기는 야구를 보여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