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광주 롯데전에서 그랜드슬램을 터트린 아데를린 로드리게스가 덕아웃으로 돌아와 제일 먼저 한 건 동료 네일에게 건넨 위로였다.
요즘 유독 안 풀리는 네일에게 “안 풀릴 때는 끝없이 안 풀리는 게 야구이기 때문에, 안 풀릴 때 지혜롭게 넘어가는 방법을 연구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6주짜리 단기 계약으로 온 외국인 선수가 팀 분위기까지 챙기고 있다.
숫자가 먼저 말한다

26경기에서 타율 0.250, 10홈런, 27타점, OPS 0.892, 득점권 타율 0.391이다. 경기당 1타점에 홈런 10개, 찬스에서 더 강한 타자라는 게 수치로 증명됐다. 풀시즌 500타석 페이스로 환산하면 홈런 50개, 타점 130개에 달하는 페이스다.

지난 시즌 타점 1위가 디아즈의 158타점, 홈런 40개 이상은 디아즈 단 한 명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아데를린의 현재 페이스가 어느 정도인지 감이 온다. 올 시즌 기준 타점 10위 이내 선수 중 경기당 1타점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강백호 단 한 명인데, 아데를린도 그 반열에 있다.
눈야구는 안 되는데 왜 타점이 쌓이나

출루율이 0.300으로 높지 않고, 바깥쪽 변화구에 약점이 명확하다. 그런데 타점이 쌓이는 건 찬스에서 적극적으로 휘두르는 스타일 덕분이다.
유인구 승부를 걸면 속기도 하지만, 살짝 어설픈 공은 크게 얻어맞는다. 투수 입장에서 위압감 자체가 다르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자신의 타격 존에 들어오는 공을 장타로 연결하는 능력이 탁월하고, 찬스에서는 더 강해진다.
워크에식도 남다르다

마이너리그 트리플A, 일본프로야구, 멕시코 리그까지 두루 거친 베테랑이다. 메이저리그 문턱은 끝내 넘지 못했지만, 그 긴 커리어에서 쌓인 경험치는 덕아웃 안에서도 드러난다.
홈런을 치고 돌아온 직후 부진한 동료를 챙기는 모습, 팀과 동료를 생각하는 마인드가 KIA 내부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성적으로도, 태도로도 구단이 원하는 그림을 그려주고 있는 셈이다.
KIA가 결정을 서둘러야 한다

계약 종료일은 12일 광주 두산전이다. KIA는 계약 연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스트로가 아직 복귀 준비가 덜 됐다면 아데를린을 굳이 내보낼 이유가 없다.
이 정도 페이스의 타자를 시장에 풀어두면 다른 팀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성적, 태도, 팀 기여도까지 삼박자를 갖춘 외국인 타자는 흔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