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일 만에 다시 꼴찌로 떨어진 롯데가 이번에도 감독 거취에 대해 아무 입장을 내지 않았다. KBO에서는 통상 야구 없는 월요일에 감독 교체 발표가 나오는 게 관례인데, 7일 한화전 충격패 이후 한 번, 14일 LG전 완패 이후 또 한 번 경질설이 돌았지만 두 번 모두 그냥 지나갔다. 계약 마지막 해, 팀 타율 9위, 팀 평균자책점 8위라는 성적표를 보면 보통은 결단이 나올 법한 상황인데도 그렇다.
누가 와도 지금보다 나을지 확신이 없다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대안의 부재다. 롯데 코칭스태프 안에는 감독 대행으로 자연스럽게 올라설 인물이 마땅치 않고, 외부로 시선을 돌려도 김태형 감독만큼의 장악력을 가진 지도자를 찾기 어렵다. 꼴찌권 팀이 감독을 교체할 때는 보통 두 가지 길 중 하나를 택한다.

선수들을 다독이며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형님 리더십, 혹은 팀 전체를 통째로 휘어잡는 카리스마형. 전자는 후보군이 있어도 후자에 해당하는 인물은 KBO 안에서도 손에 꼽힌다. 김태형 감독 본인이 그 후자에 속하는 희귀한 사례라는 점이 역설적으로 그를 지금 자리에 머물게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지난겨울 투자 부족이 만든 부채감

작년 중반 가을야구 가능성을 보였던 롯데가 결국 연패 후유증을 못 이기고 탈락했음에도, 지난겨울 구단은 선수단 전력 보강 대신 코칭스태프 개편에 그쳤다. 일본 한신 타이거즈 출신 투수 코디네이터 카네무라 사토루를 영입하고 수석코치와 수비코치를 새로 들였지만, 정작 약점으로 지적되던 야수와 불펜 뎁스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이런 선택을 한 구단이 시즌 중반 성적 부진을 전적으로 감독 책임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감독을 바꾼다고 해서 팀 타율 9위, 불펜 붕괴 같은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구단 스스로도 알고 있는 셈이다.
부상자 복귀 전까지는 진짜 성적이 아니다

한동희와 윤동희 같은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진 상태에서 나온 성적을 김태형 감독 체제의 최종 평가로 보기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이
들이 돌아온 뒤에도 지금 같은 흐름이 이어진다면 그때는 감독 책임론이 더 분명해지겠지만, 지금 시점에서 교체하는 건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리지 않은 채 감독만 바꾸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시간을 더 주는 쪽으로

종합하면 롯데가 김태형 감독에게 시간을 더 주기로 한 건 그를 신뢰해서라기보다, 지금 교체해도 더 나은 선택지가 없고 구단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인식이 함께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다만 이 기다림에 끝이 없는 건 아니다. 부상자들이 돌아오고도 순위가 바뀌지 않는다면, 그때는 지금과는 다른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