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A 타이거즈는 2025년 겨울 FA 시장에서 소극적인 자세를 고수했다. 그러나 단 한 명, 양현종과의 계약만큼은 예외였다. 총액 45억 원, 2+1년 조건. 리그 최하위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투수가 이 정도 대우를 받은 건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 이 선택에 담긴 구단의 의도는 뚜렷했다.
성적은 하락, 그러나 남다른 존재감

올 시즌 양현종은 5.06의 평균자책점으로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 중 최하위였다. 그러나 30경기에 등판해 153이닝을 책임졌다.
11년 연속 150이닝을 넘긴 기록은 KBO 최초였다. 이처럼 구단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가치를 보았다. 경험, 헌신, 그리고 클럽에 대한 충성심까지.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이닝이터

KIA 마운드는 현재 전력 누수가 심각하다. 이의리의 복귀 외에는 이렇다 할 확실한 선발이 없다. 김도현은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을 조기 마감했고, 윤영철은 재활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양현종은 그야말로 마지막 버팀목이다. 그의 이닝 소화 능력은 단순한 수치를 넘어선 팀 안정화를 위한 필수 요소다.
KIA 심재학 단장은 이번 계약에 대해 “45억 원의 가치는 지금까지 걸어온 시간과 앞으로 역할까지 모두 고려한 결과”라고 말했다. 양현종의 가치는 숫자가 아닌 시간과 무게로 측정됐다는 의미다. 리더십, 원클럽맨으로서의 상징성, 후배들에게 주는 영향력까지 포함된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자존심 회복을 위한 중요한 시즌

양현종 역시 다시 한번 자신을 증명하고자 한다. 2024년 4.10, 2025년 5.06으로 치솟은 평균자책점은 적지 않은 상처였다. 내년, 그는 3점대 회복을 목표로 다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나이는 많지만, 여전히 그의 어깨에 거는 구단과 팬들의 기대는 적지 않다.
KIA는 양현종에게 투자했다기보다, 시간을 샀다. 이의리, 김도현, 황동하 등이 준비되는 그날까지, 그는 마운드의 중심을 지켜야 한다. 팀의 미래가 무르익기까지 필요한 시간, 바로 그 시간을 책임질 수 있는 단 한 사람이 양현종이기 때문이다. 팬들은 그가 다시 한 번 마운드에서 환하게 웃는 순간을 기다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