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10일, 롯데 좌완 김진욱은 KIA를 상대로 7과 3분의 1이닝 5피안타 2자책점이라는 역투를 펼쳤다. 그런데 결과는 1-3 패배, 본인이 패전 투수가 됐다. 타선이 상대 선발을 상대로 단 1점밖에 뽑지 못한 탓이었다. 경기 후 김태형 감독은 “점수가 나야 이기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한 경기가 롯데의 시즌 전체를 압축해서 보여준다. 14일 LG전 패배로 롯데는 24승 1무 39패, 5월 2일 이후 43일 만에 다시 리그 최하위가 됐다. 시범경기 1위로 시작한 시즌이 정규시즌 최하위로 가는 데 두 달이 걸렸다.
선수 개개인은 분명 좋아졌다

김진욱은 이제 아시안게임 국가대표에 선발될 만큼 리그 상위권 선발로 성장했다. 트레이드로 데려온 전민재는 주전 유격수로 자리를 잡았고, 외국인 타자 레이예스는 약점이던 장타력까지 보완하며 타선 중심을 지키고 있다.
김원중이 흔들리는 사이 최준용이 새 마무리로 떠올랐고, 손성빈도 6년차 포수로서 한 단계 올라섰다는 평가다. 개인 단위로 보면 분명 작년보다 나아진 선수들이 여럿이다.
그런데 왜 팀은 더 못해졌나

문제는 이 좋아진 개인들이 한 경기, 한 시즌 안에서 동시에 좋았던 적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김진욱이 7이닝 2자책점으로 던진 날 타선은 1점밖에 못 냈다. 타선이 터지는 날엔 불펜이 무너지고, 선발이 버텨주는 날엔 수비에서 결정적인 실수가 나온다.
따로 떼어놓고 보면 각자 제 몫을 하는 선수들인데, 같은 날 같은 경기에서 그게 합쳐지는 경우가 드물다는 게 7연속 루징시리즈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2년째 FA 영입 없는 팀

이 어긋남을 메워줄 수 있는 게 베테랑이나 외부 영입 자원인데, 롯데는 김태형 감독 부임 이후인 2024시즌부터 단 한 명의 FA도 영입하지 않았다.
두산의 황금기를 이끈 감독을 데려오면서 가을야구를 목표로 했지만, 정작 감독에게 줄 수 있는 카드는 늘리지 않은 셈이다. 젊은 선수들의 기복을 잡아줄 경험 있는 자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어쩌다 한 명이 부진하면 그 구멍이 그대로 패배로 직결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시범경기 1위는 왜 거품이었나

시범경기에서 1위를 했다는 건 분명 봄 캠프 동안의 준비 상태가 나쁘지 않았다는 신호였다. 그런데 정규시즌은 144경기라는 긴 레이스다.
짧은 시범경기에서는 잘 맞물렸던 톱니바퀴들이, 시즌이 길어지면서 부상과 부진, 컨디션 난조가 겹치며 서로 어긋나기 시작했다. 개별 선수의 성장이라는 좋은 재료를 갖고도, 그 재료들을 한 경기 안에서 동시에 끌어내는 게 안 되고 있다는 게 지금 롯데의 가장 현실적인 진단이다.
이번 주가 갈림길이다

한동희와 윤동희의 복귀가 임박했고, 이번 주는 하위권인 SSG와 키움을 상대로 6연전이 예정돼 있다. 시범경기 1위라는 출발점과 정규시즌 최하위라는 현재 사이의 간극을 좁힐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사실상 시즌을 접고 다음 시즌 준비로 넘어가는 분기점이 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지금 롯데에게 필요한 건 또 한 번의 충격요법이 아니라 흩어진 톱니바퀴를 맞추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