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구계에서 흔히 하는 말이 있다. 스타 선수 출신 코치는 후배들에게 공감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천부적인 재능으로 두각을 나타낸 선수가 고생을 모르고 야구를 해왔기 때문에 슬럼프에 빠진 선수의 감각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논리인데, 박병호 잔류군 선임코치는 달랐다.
4월까지 타율 0.171로 허덕이다 2군으로 내려간 이형종이 복귀 후 4경기 타율 0.500으로 불방망이를 휘두르는 배경에 박병호 코치의 조언이 있었다.
박병호가 슬럼프를 아는 이유

흔히 박병호 하면 KBO 최초 2년 연속 50홈런, 4년 연속 홈런왕·타점왕, 포스팅으로 MLB 진출이라는 화려한 커리어가 떠오른다. 그런데 이 커리어의 시작은 전혀 화려하지 않았다. 2005년 LG 트윈스에 1차 지명으로 입단한 박병호는 LG에서 7년 동안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냈고, 결국 트레이드로 넥센에 이적하게 됐다.

LG 시절 어퍼스윙 버릇이 컨택을 무너뜨리는 주범이었는데, 넥센에서 박흥식 코치가 레벨스윙으로 바꾸라는 조언을 건넸고 그게 정확히 맞아떨어지면서 4년 연속 홈런왕이 됐다. 스윙 하나를 바꾸는 코치의 조언이 선수 인생을 어떻게 뒤집을 수 있는지를 박병호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는 셈이다.
이형종이 들은 조언

이형종은 4월까지 21경기 타율 0.171로 부진하다 5월 4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2군에서 박병호 코치와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연습할 때 힘을 많이 쓰고 강하게 치려는 버릇이 있는데, 코치님이 가볍게 쳐보라고 하셨다. 조언을 하실 때도 ‘이런 말을 해도 되겠느냐’고 먼저 물어보시더라”고 전했다.

강하게만 치려던 습관을 내려놓고 가볍게 컨택에 집중하라는 조언이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19일 1군 복귀 후 4경기에서 타율 0.500을 기록하더니 22일 LG전에서도 4타수 3안타 1타점 2득점으로 팀의 7-0 완승을 이끌었다.
37세 베테랑이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

이형종은 2008년부터 2022년까지 LG에서 뛴 선수다. 친정팀을 상대로 이날 비수를 꽂으면서 “이전에는 LG전이면 힘이 더 많이 들어가는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적응된 것 같다”고 했다.
37세에 2군을 다녀오고 코치의 조언을 겸허히 받아들여 다시 살아난 이형종은 그 경험 자체를 어린 선수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절실함과 간절함을 말로 가르치는 게 아니라 내 플레이로 보여주고 싶다. 우리 어린 친구들이 그 절실함 하나만 배워도 야구 선수로서 절반 이상은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