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수는 선동열, 타자는 이승엽, 야구는 이종범’이라는 말이 있었다. 한 시즌 최다 도루 84개(1994년), 역대 시즌 타율 2위 0.393, 국내선수 최다 2위 196안타. 선수로서 이종범의 천재성은 천하가 다 알았다.

그런데 지도자로는 왜 이렇게 안 풀리는 걸까. 2013년 한화 주루코치를 시작으로 LG, 일본 주니치, 야구 국가대표팀, KT까지 13년간 코치 생활을 했지만 정식 감독 콜은 단 한 번도 오지 않았다. 급기야 예능 야구팀 감독으로 비상 탈출을 감행했다가 ‘불명예 제대’를 하고 말았다.
생각이 짧았고 후회를 많이 했다

이종범은 6일 MBC SPORTS+ ‘비야인드’에 출연해 지난해 6월 ‘최강야구’ 감독을 맡으면서 KT를 떠난 선택에 대해 “과정이 순탄하지 못했다. 생각이 짧았고 후회를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잘못된 선택이었기 때문에 감수해야 한다. 다만 그 이후 과정이 너무 힘들었고 스트레스로 얼굴에 백반증까지 생겼다”고 밝혔다.

최강야구는 ‘불꽃야구’와의 법적 갈등과 시청률 저조 여파로 지난 2월 2일 방송을 끝으로 종영했고, 이종범은 졸지에 실업자가 됐다. 그는 “KT에서 눈여겨봤던 선수들에게 미안하다.

코치로서 더 해줄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면서도 “다시 현장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 콜이 오면 무조건 어디든 간다”고 현장 복귀 의지를 밝혔다.
KT 팬들 “규탄 성명문” 발표

이종범의 복귀 발언에 KT 팬들이 즉각 반발했다. 디시인사이드 KT 위즈 갤러리는 7일 ‘이종범 규탄 및 KT 위즈 복귀 반대 성명문’을 발표하며 “깊은 상실감과 분노를 안긴 이종범의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팬들은 “이종범은 2025년 6월 시즌이 진행 중이던 시점에 KT 코치직에서 물러났고, 곧바로 최강야구 감독으로 합류했다”면서 “이는 단순한 진로 변경이 아니라 팀과 선수단, 그리고 팬들이 함께 감당하던 시즌의 책임을 스스로 내려놓은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사과하면서도 ‘콜이 오면 어디든 간다’며 복귀 의사를 밝힌 건 단순한 반성이 아니라 잘못된 선택의 결과를 확인한 뒤 다시 기회를 요구하는 말로 들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KT 구단에 이종범을 코치, 프런트, 자문 등 어떤 공식 보직으로도 복귀시키지 말라고 촉구했다.
13년간 감독 콜 없던 진짜 이유

야구계에서는 이종범이 고향팀 KIA로부터 끝내 감독 콜을 받지 못한 배경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돈다. 그중 하나가 아들 이정후의 진로 문제다. 이정후는 광주 서석초등학교 출신이지만 중학교 때 서울 휘문중으로 전학했고, 휘문고를 졸업한 뒤 2016년 KIA가 아닌 넥센(현 키움)에 지명됐다. 당시 이를 두고 KIA 모기업 측에서 좋지 않게 봤다는 후문이 있다.
물론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다만 이종범이 KIA 감독이 바뀔 때마다 이름이 오르내리면서도 끝내 선임되지 못했던 건 분명하다. 10년 넘게 기다리다 지쳤는지, 결국 ‘감독 타이틀이라도’라는 생각에 예능 야구로 방향을 틀었다가 이렇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