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군에 다녀온 선수가 돌아오자마자 팀이 살아난다. 삼성이 14일 잠실 LG전을 9-5로 잡으며 위닝시리즈를 달성했는데, 이날 경기를 사실상 삼성 쪽으로 기울인 건 각각 2군에서 재정비를 마치고 올라온 이재현과 강민호였다. 두 선수 합산 5안타 8타점. 전날 8연승이 끊긴 팀을 곧바로 다시 세운 원동력이었다.
이재현, 데뷔 첫 멀티홈런에 개인 최다 타점까지

이재현의 시즌 시작은 좋지 않았다. 4월까지 누적 타율 0.157로 극심한 부진에 허덕였고 부상까지 겹치면서 5월 2일 결국 1군 말소 통보를 받았다. 퓨처스에서 두 경기를 소화하고 12일 다시 올라온 이재현은 복귀 당일 LG전에서 시즌 첫 홈런을 포함한 멀티히트로 삼성의 9-1 완승에 힘을 보탰고, 이날도 불방망이를 그대로 이어갔다.
2회 무사 만루 찬스에서 LG 선발 송승기의 133km 슬라이더를 받아쳐 비거리 105m 좌월 그랜드슬램을 터트렸다. 시즌 2호이자 개인 통산 4번째 만루홈런으로 단숨에 4-0을 만들었다.

3회에도 중전 안타를 추가하더니 7회에는 바뀐 투수 성동현에게 비거리 117m 솔로홈런까지 뽑아내며 데뷔 첫 한 경기 멀티홈런을 완성했다.
최종 성적 4타수 3안타 2홈런 5타점으로 종전 4타점이었던 개인 한 경기 최다 타점 기록도 새로 썼다. 이재현은 “타격 사이클이 안 좋을 때 슬럼프가 맞물렸는데, 스스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 게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고 했다.
강민호, 29경기 만에 첫 홈런 터트리며 부활

강민호도 사정은 비슷했다. 개막 후 4월까지 타율 0.203으로 좀처럼 감을 찾지 못하다가 5월 3일 말소됐고, 퓨처스에서 3경기를 뛴 뒤 13일 콜업됐다.
복귀 첫날인 13일 경기에서 팀이 패했음에도 2루타 두 개에 2타점을 올리며 건재함을 알렸고, 이날은 한 술 더 떴다. 이재현의 만루홈런으로 팀이 4-0으로 앞선 직후 타석에 들어선 강민호는 송승기의 120km 커브를 조준해 비거리 118m 백투백 솔로홈런을 날렸다.

개막 29경기 만에 나온 시즌 마수걸이 홈런이었다. 5회에도 1사 만루 상황에서 중전 2타점 적시타를 추가하며 이틀 연속 멀티히트에 합산 5타점을 쓸어 담았다.
강민호는 2군에 내려가던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당장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인데, 야구하는 행복감을 더 느끼는 게 어떨까라고 생각을 바꿨다.
오늘 하루만 바라보자고 마음먹은 것이 도움이 됐다.” 박진만 감독이 직접 연락해 “쉬고 올 거냐”고 물어봤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는데, 그 짧은 재정비 기간이 38세 베테랑 포수의 방망이에 다시 불을 붙인 셈이다.
이 둘이 돌아오면 삼성은 얼마나 무서워지나

이재현과 강민호가 2군에 내려간 사이에도 삼성은 8연승을 달리며 흔들리지 않았다. 강민호 본인도 “내가 돌아왔을 때 팀이 많이 이겨놓으면 더 편안하게 경기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엄청나게 응원했다”고 했는데, 이제 그 두 선수가 제 감각을 되찾아 돌아오면서 삼성 타선의 중심이 한층 두꺼워졌다.

선발 양창섭이 5이닝 1자책 호투로 흐름을 잡고, 임기영이 뒤를 이어 3이닝 무실점으로 마운드를 지탱한 가운데 이재현과 강민호의 반등이 더해진 이날 삼성은 리그 선두권에 걸맞은 면모를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