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봉 10만 달러, 한화 돈으로 약 1억 5천만원이다. 외국인 선수 최상위권이 200만 달러를 넘는 시장에서 20분의 1 수준의 금액으로 데려온 아시아쿼터 1호 선수가 22일 두산전에서 7이닝 87구 5피안타 2실점 퀄리티스타트 플러스 투구로 한화의 3연패를 끊었다.
올 시즌 5승 2패 ERA 2.72, 다승 공동 1위. 시즌 초 선발진이 줄줄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왕옌청이 없었다면 한화는 지금 어디 있었을지 모른다.
어떻게 이 가격에 데려왔나

왕옌청은 2001년생 대만 국가대표 출신 좌완 투수로, 2019년부터 NPB 라쿠텐 골든이글스와 국제 육성 계약을 맺고 6년을 버텼다. NPB 외국인 선수 1군 보유 제한 규정 때문에 6년 내내 이스턴리그 2군에서만 뛰었는데도 2025시즌 22경기 116이닝 10승 5패 ERA 3.26을 기록하며 실력을 증명했다.

한화 스카우트진이 다른 구단들보다 먼저 NPB를 집중 공략한 덕분에 10만 달러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계약할 수 있었다. KBO 아시아쿼터 제도 1호 선수라는 타이틀까지 안고 왔다.
선발진이 무너지는 틈을 혼자 메웠다

올 시즌 한화 선발진은 처음부터 삐걱거렸다. 오웬 화이트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개막 직후 이탈했고, 문동주는 어깨 관절와순 손상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엄상백까지 이탈하면서 선발 로테이션에 구멍이 생겼는데, 그 자리를 왕옌청이 채웠다.

최고 154km 직구와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무기로 구위와 제구를 동시에 갖춘 투구를 이어가면서 5승을 쌓았고, 이날 경기에서도 7회 무사 만루라는 최대 위기에서 2실점을 내줬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번트 타구를 마운드에서 직접 잡아 3루로 과감하게 뿌려 선행 주자를 잡아냈고, 이어 김기연의 타구를 유격수 심우준이 병살로 연결하는 호수비로 불을 껐다.
선발 투수와 수비의 합작으로 위기를 넘긴 장면이었다. 22경기 56⅓이닝을 소화하며 ERA 2.72로 다승 공동 1위에 올라 있는 성적은 10만 달러짜리 선수의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1억 5천에 이 정도면 KBO 최고 가성비

외국인 투수들이 최저 50만 달러에서 최대 200만 달러를 받는 시장에서 10만 달러짜리 투수가 다승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는 건 한화 입장에서 로또를 맞은 셈이다.
내년 재계약을 한다면 몸값이 올라가는 건 당연하고, 다른 구단들도 이미 왕옌청의 가치를 눈여겨보고 있을 것이다. 아시아쿼터 제도가 도입된 첫 시즌에 이 정도 성과를 내는 선수를 데려온 건 한화 스카우트진의 가장 잘한 결정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