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범경기 31타수 4안타, 타율 0.129. 이 숫자를 보고 KIA 팬들은 한숨을 쉬었다. “아시아쿼터를 왜 투수가 아닌 타자로 뽑았냐”, “적응에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다”는 혹평이 쏟아졌다. 나머지 9개 구단이 모두 투수를 선택한 상황에서 홀로 야수를 뽑은 KIA의 선택은 모험에 가깝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정규시즌이 시작되자 제리드 데일(26·KIA)은 완전히 다른 선수로 변모했다. 12일 한화전에서 4타수 2안타를 기록하며 시즌 타율을 0.348까지 끌어올렸다. 지난달 29일 SSG전 첫 출전 이후 12경기 연속 안타. 2003년 로베르토 페레즈(롯데), 2015년 루이스 히메네스(LG)가 보유한 KBO 외국인 데뷔 연속 안타 기록과 동률을 이뤘다.
15만 달러로 80억 공백을 메우다

데일의 영입 비용은 총 15만 달러(약 2억 1000만원)에 불과하다. 계약금 4만, 연봉 7만, 옵션 4만 달러. 자유계약으로 두산에 80억원 규모 계약을 맺고 떠난 박찬호의 공백을 2억원대 선수가 메우고 있는 셈이다.
현재 데일은 46타수 16안타, 타율 0.348, 출루율 0.404, 장타율 0.435, OPS 0.839를 기록 중이다. 단순한 ‘가성비 선수’가 아니다. KIA 프런트의 전략적 승리를 상징하는 존재가 되고 있다.
이범호 감독의 믿음이 통했다

데일이 시범경기에서 빈타에 허덕일 때도 이범호 감독은 “타격 재질은 충분하다. 적응만 하면 잘 칠 것”이라며 신뢰를 거두지 않았다.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개막전 기용을 피했고, 첫 출격 이후 한동안 하위 타순에 배치했다.
지난 7일부터는 1번 타자로 고정 출장하며 리드오프 역할까지 맡고 있다. 이 감독은 “참 감사한 선수다. 방망이도 정말 짧게 잡고 어떻게든 출루하려 하고, 안타를 치려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고민하는 것을 보면 경기에 대한 집중도가 굉장히 높다”고 극찬했다.
역대 최장 기록 16경기도 노린다

야구팬들의 시선은 데일이 역대 외국인 타자 데뷔 후 최장 기록을 넘어설 수 있을지에 쏠린다. KBO 역사에서 외인 타자 데뷔 후 최장 기록은 2003년 롯데에서 뛰었던 이시온(마리오 엔카르나시온)의 16경기 연속 안타다. 신기록 경신까지 단 5경기 남았다. 지금 같은 타격감이라면 이번 주말 시리즈 내에 새로운 역사가 쓰일 가능성도 있다.
아시아쿼터 희비 엇갈린다

아시아쿼터 제도가 도입된 첫 시즌, 10명 중 5명이 WAR 음수를 기록 중이다. 한화 왕옌청(3경기 2승 평균자책점 2.04), LG 라클란 웰스 정도가 선발로 호투를 이어가는 가운데, 유일한 타자인 데일은 이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활약으로 KIA 타선을 이끌고 있다.
‘도박수’라던 우려 속에 KIA가 시즌 초반 웃고 있다. 데일을 욕하던 팬들은 어디 갔을까. 80억원짜리 유격수의 공백을 2억원짜리가 채우고 있다. KIA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매 경기 증명하고 있는 데일, 그의 안타 행진은 어디까지 이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