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17일. 페라자가 한 경기에서 멀티 홈런을 친 마지막 기록이 2024년 3월 24일이었다. 그 사이 한화를 떠났다가 올해 다시 돌아왔고, 최근 10경기 타율 0.156으로 부진의 늪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6연패에 빠진 팀이 가장 절실했던 20일 삼성전, 하필 그 817일 만의 멀티 홈런이 터졌다. 그것도 솔로포 하나, 스리런 하나로 총 4타점, 4득점. 한화는 10-4로 승리하며 연패를 끊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욕먹던 타선이었다

이 침묵을 깬 타이밍이 묘하다. 최근 한화 타선 전체가 가라앉으면서 페라자를 포함한 외국인 타자와 핵심 야수들을 향한 팬들의 답답함이 쌓여가던 참이었다. 득점권에서 해결을 못 한다는 지적, 중요할 때 못 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런데 정작 가장 절실한 순간, 가장 많이 도마에 올랐던 선수가 가장 결정적인 활약을 보여줬다. 1회 솔로포로 먼저 분위기를 깨운 뒤, 4회 1-4로 끌려가던 흐름에서 볼넷으로 출루해 빅이닝의 시작을 열었고, 같은 이닝 후반 스리런으로 사실상 경기를 끝냈다.
재영입 당시부터 검증된 카드였다

사실 페라자는 한화가 올겨울 강백호와 함께 공격력 강화를 위해 다시 데려온 선수다. 2024년 첫 시즌 때 후반기 부상으로 아쉬움을 남겼던 걸 빼면, 시즌 내내 4할대 출루율을 유지하며 리그 최상위권 타격 지표를 보여줬던 전적이 있다.
볼넷을 적극적으로 골라내면서도 삼진은 상대적으로 적게 당하는 좋은 타격 밸런스를 갖춘 타자라는 평가가 시즌 초반부터 따라다녔다. 최근 며칠의 부진 하나로 그 평가 전체를 뒤집기에는, 쌓아온 시즌 전체 성적이 만만치 않았다.
김경문 감독의 2000경기 출장과 겹친 의미

이날 경기는 김경문 감독에게도 특별했다. KBO 역대 네 번째로 감독 통산 2000경기 출장이라는 기록을 세운 날이기도 했다. 6연패 수렁 속에서 맞이한 의미 있는 숫자가 페라자의 활약으로 빛바래지 않고 오히려 승리로 완성됐다는 점에서, 이날 경기는 한화 입장에서 여러모로 상징적인 하루였다.
부진은 길었지만, 해결사 자리는 변하지 않았다

페라자는 경기 후 “개인적으로 타격감이 떨어져 쉽지 않은 날들을 보냈지만, 긍정적인 마음으로 타격감이 돌아올 것이라 믿고 훈련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며칠의 부진을 두고 한화 팬들이 답답함을 터뜨렸던 건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다만 야구는 한 경기, 한 순간으로 평가가 완전히 뒤집히는 종목이기도 하다. 가장 많이 비판받던 선수가 가장 절실한 순간 가장 큰 한 방을 쳐준 이날, 그 평가는 다시 한번 출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