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트로가 시즌 초와 완전히 달라진 이유”.. ‘이거’ 버린 게 이렇게 크다고?

KIA 타이거즈 외국인 타자 해럴드 카스트로가 부상 복귀 후 전혀 다른 선수가 됐다. 시즌 전체 타율은 3할 5리지만 복귀 이후로만 따지면 4할 6푼 7리에 OPS 1.302다.

25일 고척 키움전에서도 3타석 연속 범타로 조용히 흘러가다 7회 2사에서 125m짜리 솔로 홈런을 쏘아 올리며 경기에 쐐기를 박았다. 도대체 무엇이 달라진 걸까. 이범호 감독이 직접 그 답을 내놨다. 버린 것은 딱 하나, 조급함이었다.

시즌 초 카스트로는 달랐다

카스트로는 올 시즌 100만 달러(약 15억 원)에 KIA와 계약한 외국인 타자다. 메이저리그 6시즌에서 통산 타율 0.278을 기록한 컨택 능력이 영입 이유였다. 그러나 개막 후 23경기 타율이 0.250에 그쳤고, 출루율은 0.280에 불과했다. 타점은 16개로 나쁘지 않았지만 득점권 타율이 0.231로 기대에 못 미쳤다. 팬들 사이에서는 교체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할 정도였다.

그러던 4월 25일 광주 롯데전에서 1루 수비 도중 다리를 크게 찢다가 왼쪽 햄스트링 부분 손상을 입었다. 재활에만 6주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오면서 KIA는 대체 외국인 타자로 아데를린 로드리게스를 영입했고, 아데를린이 32경기에서 타율 0.264, 10홈런, 31타점, OPS 0.862로 인상적인 활약을 보이면서 카스트로의 자리가 위태로워졌다. KIA가 아데를린에게 연장 계약을 제안했지만 개인 사정으로 거절하면서 카스트로가 다시 기회를 얻은 것이었다.

재활 기간에 한 일

카스트로는 쉬는 동안 마운드에서 물러나 있지 않았다. TV로 KBO리그 경기를 끊임없이 들여다보며 9개 구단 투수들을 정밀 분석했다. 한 차례씩 모두 상대해본 경험을 토대로 유형별 패턴을 파악했다.

복귀 후 새롭게 적응하는 시기가 없어야 한다는 목표를 세웠고, 그 목표 그대로 6월 18일 1군 복귀 첫날부터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기술이 아니라 마인드가 달라졌다

이범호 감독은 복귀 후 달라진 점이 기술적인 변화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이미 타구를 살살 쳐도 멀리 나가는 선수였고, 스핀 이용이나 턴 동작은 리그 최고 수준이었다는 평가다.

결정적인 차이는 유인구에 반응하는 방식이었다. 시즌 초반에는 스트라이크 존 바깥으로 빠지는 공에도 배트가 따라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조급함이 방망이를 앞서게 만든 것이다. 지금은 그 공들을 참아내면서 타격 포인트가 훨씬 타이트해졌다는 게 이 감독의 진단이다. 24일 키움전에서 투 스트라이크 이후 몸쪽으로 공 한 개 이상 빠진 볼을 손목을 빼내며 2루타로 연결한 장면이 그 증거였다. 이 감독도 이 타구를 두고 손이 굉장히 잘 빠져나와야 가능한 타구라고 감탄했다.

카스트로 본인도 비슷한 맥락을 말했다. 배드볼 히터 성향이 강한 선수지만, 지금은 볼을 어느 정도 골라내려는 시도를 더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타구를 스윗 스팟에 맞추려는 집중력도 높아졌다. 복귀 후 출루율이 타율보다 낮게 나오는 것은 여전히 볼넷보다 안타 위주의 출루를 선호하기 때문이지만, 나쁜 공에 허투루 방망이를 내지 않는 것만으로도 타격 전체의 질이 달라지고 있다.

심리적 안정이 만든 변화

이범호 감독이 또 하나 짚은 요인은 가족이었다. 시즌 초 카스트로는 긴장과 걱정이 많았고,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표정부터 어두워지곤 했다. 지금은 한국으로 가족이 입국해 함께 생활하면서 심리적으로 굉장히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감독의 설명이다. 그라운드에서 보여주는 밝은 에너지가 팀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조급함을 버리고, 가족 곁에서 심리적 안정을 찾은 카스트로. 단순해 보이는 이 두 가지가 수치로 이렇게까지 다른 선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