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 거포’ 박병호(40) 키움 히어로즈 잔류군 선임코치의 은퇴식이 오는 2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다. 그런데 행사 계획이 발표되자마자 팬들의 거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프랜차이즈 스타를 보내는 자리치고는 너무 초라하다는 것이다.
“경기 전 40분으로 퉁치려 하나”

키움 구단은 19일 공식 SNS를 통해 26일 오후 2시 삼성전에 앞서 박병호의 은퇴식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은퇴 기념 티셔츠 7000장을 선착순 배포하고, 사전 선정된 팬 52명과 연간 회원 52명 등 총 104명을 대상으로 팬 사인회를 연다. 감사패, 기념 배트, 기념 액자 전달식도 마련했고, 시구는 박병호의 아들이, 시타는 박병호가 맡는다.
팬들이 가장 분노한 지점은 은퇴식이 경기 후가 아닌 경기 전에 진행된다는 점이다. 통상 은퇴식은 경기 후 여유 있는 시간에 열리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26일 다음 날이 휴식일인 만큼 선수단 컨디션에도 무리가 없다. 팬들은 “박뱅(박병호 애칭)급이면 경기 후에 성대하게 해줘야 한다”, “경기 전 40분으로 퉁치려 하지 마라”며 구단 SNS에 항의 댓글을 달았다.
팬들 성명문 “깊은 분노와 참담한 심정”

디시인사이드 키움 히어로즈 갤러리는 성명문을 발표했다. “히어로즈의 상징이자 KBO리그의 역사인 박병호의 은퇴식을 앞두고 구단의 무성의한 행정 처리에 대해 깊은 분노와 참담한 심정을 느낀다”며 네 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팬들이 요구한 내용은 △은퇴식을 경기 전이 아닌 경기 후 정식 행사로 변경 △특별 엔트리 활용을 통한 마지막 경기 출전 보장 △고척돔 관중 전원 대상 기념 티셔츠 지급 △등번호 52번 영구결번 지정 등이다.

특별 엔트리는 은퇴식에 한해 엔트리 초과 등록을 허용하는 제도다. 은퇴 선수가 해당 경기에서 짧게나마 그라운드를 밟으며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할 수 있도록 마련된 규정이다. 과거 더스틴 니퍼트, 김강민 등이 이 제도를 활용해 팬들 앞에서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그런데 박병호는 시타자로만 나설 예정이었다.
구단 “서프라이즈로 공개하려 했는데…”

비판이 거세지자 구단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키움은 21일 뒤늦게 “박병호 코치를 은퇴식 당일 특별 엔트리를 활용해 그라운드에서의 마지막을 장식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당초 구단은 이 사실을 은퇴식 당일 서프라이즈로 공개할 계획이었으나, 비판 여론이 커지자 서둘러 발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구단 관계자는 “박 코치와 모든 부분들을 상의했고, 구단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을 함께 논의했다”고 해명했다. 박병호 본인이 “선수단에 폐를 끼치지 않겠다”, “경기에 지장이 안 되는 선에서 은퇴식을 진행하기를 바랐다”고 했다는 후문이다. 구단 관계자는 “어떻게 보면 정말 박병호다운 은퇴식”이라고 덧붙였다.
MVP 2회, 홈런왕 6회… KBO 역사에 한 획

박병호는 2005년 LG에서 프로에 데뷔해 2011년 트레이드로 넥센(현 키움)에 합류했다. 히어로즈에서 전성기를 보낸 그는 정규시즌 MVP 2회, 홈런왕 6회, 1루수 골든글러브 6회를 수상했다. 2014년 52홈런, 2015년 53홈런을 기록하며 KBO 역사상 유일하게 2년 연속 50홈런을 달성했다.

통산 17시즌 1767경기에서 타율 0.272, 418홈런, 1244타점. 2016년에는 포스팅을 통해 미네소타 트윈스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도 했다. 이후 KT, 삼성을 거쳐 2025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했고, 현재는 키움 잔류군 선임코치로 후진 양성에 힘쓰고 있다.
팬들 입장에서는 이 정도 레전드의 은퇴식이 ‘가성비’로 진행되는 것처럼 보여 불만이 터진 것이다. 영구결번 지정 여부, 기념 티셔츠 전원 배포 등 팬들의 요구가 얼마나 반영될지는 아직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