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준영이 5월 10일 LG전에서 데뷔전 선발 무실점 호투로 KBO 역사상 육성선수 최초 데뷔전 선발승이라는 기록을 세운 지 열흘 만에, 김경문 감독은 선발 로테이션을 정우주에게 줬다. “정우주에게 3번 정도 더 기회를 주려고 한다”는 게 감독의 입장이었다.
그리고 21일 롯데전에서 정우주는 3⅓이닝 4실점으로 무너지며 한화가 2-8로 완패했다. 팬들이 분노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박준영은 뭘 했나

육성선수 출신인 박준영은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조차 받지 못했다. 청운대를 졸업하고 서산 테스트를 통해 한화에 육성선수로 입단한 뒤, 퓨처스리그 7경기에서 4승 무패 ERA 1.29를 찍으며 5월 콜업 기회를 잡았다.
5월 10일 LG전 데뷔전에서 5이닝 3피안타 무실점으로 완벽투를 펼쳤고, 14일 키움전에서는 정우주의 뒤를 이어 1⅔이닝 노히트 피칭으로 데뷔 첫 승까지 신고했다. 그러나 감독의 또 다음 선발 카드는 박준영이 아니라 정우주였다.
정우주의 키움전 호투는 상대가 문제였다

정우주가 14일 키움전에서 4이닝 1실점으로 인상적인 투구를 펼친 건 사실이다. 최고 155km를 찍으며 MLB 스카우트들이 몰려들 만큼 구위 자체는 리그 최상급이다. 그런데 그날 상대가 그때 당시 팀 타율 0.226, 홈런 23개로 리그 꼴찌 타선인 키움이었다는 게 함정이다.

식물 타선을 상대로 4이닝을 막은 것과 키움보단 나은 롯데 타선을 상대로 버텨내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다. 21일 롯데전이 그 차이를 증명했다. 전민재 투런홈런, 고승민 솔로홈런, 연속 2루타로 무너졌고 3⅓이닝 4실점으로 강판됐다. 최고 구속 153km가 나왔지만 변화구 완성도가 따라오지 않으면서 직구 원툴의 한계가 드러났다.
감독이 고집을 부린 게 맞나

김경문 감독은 박준영의 데뷔전 호투에도 “정우주에게 먼저 기회를 줄 것”이라고 밝혔고, 정우주에 대해 “빠른 볼의 스핀이 기본적으로 좋고, 변화구는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미래 가능성을 보고 더 투자하겠다는 논리인데, 문제는 팀이 3연패 중이고 불펜 붕괴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그 실험을 지금 해야 하는가다.
박준영이 데뷔전에서 무실점 호투를 펼쳤는데도 선발 자리를 주지 않는 결정은, 팬들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고집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결과는 롯데에 3연패, 한화는 3연패 수렁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