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선수들이 KBO 대신 ML로 선택하는 이유” 돈 차이가 ‘이만큼’ 난다고?

엄준상이 14일 미국 애리조나로 출국했다. 메이저리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계약을 위한 출국으로 알려졌다. 계약금은 150만 달러, 한화로 약 23억원이다.

‘덕수고 오타니’로 불리며 투타 모두 KBO 신인드래프트 빅3로 평가받던 선수가 결국 미국행을 택했다. 빅3 중 하현승은 뉴욕 양키스의 구애를 뿌리치고 KBO 잔류를 선택했지만, 엄준상은 다른 길을 골랐다.

23억과 9억, 그래도 2배 넘게 차이난다

KBO 신인드래프트 역대 최고 계약금은 2020년 장재영의 9억원이다. 최근 박준현도 7억원을 받으며 역대급 대우를 받았다는 평가였다. 그런데 엄준상이 받을 150만 달러는 한화로 약 23억원이다. KBO 역대 최고 계약금과 비교해도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KBO는 신인 계약금 상한선을 오래전부터 거의 동결해온 구조다. 전체 1픽과 10픽 사이의 계약금 차이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이렇게 되면 상위 순번으로 지명될 선수일수록 미국과 KBO 사이의 격차를 더 크게 체감하게 된다.

왜 KBO는 신인 계약금을 올리지 않을까

KBO 구단들이 신인 계약금에 박한 이유 중 하나로 FA 제도가 꼽힌다. 예전에는 FA가 없었기 때문에 입단 시점에 선수의 평생 가치를 계약금으로 미리 보상하는 구조였다면, 지금은 7~9시즌만 채우면 FA로 따로 큰 계약을 할 수 있다.

구단 입장에서는 신인 때 큰돈을 쓰는 대신 FA 시점에 검증된 선수에게 투자하는 쪽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하는 셈이다. 한기주 시절 FA 계약금과 지금 양의지나 박찬호의 FA 계약 규모를 비교해보면, 신인 계약금보다 FA 계약 쪽으로 무게가 옮겨갔다는 게 드러난다.

미국 계약금도 사실 동결 수준이다

흥미로운 건 미국 쪽도 국제 아마추어 계약금 상한선이 크게 오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2012년 이전에는 슬롯 제한이 느슨해서 일부 유망주들이 계약금에 벌금까지 더해 거액을 받던 시절도 있었고, 2012년 이후 2.8백만 달러로 상한이 묶였다가 지금은 약 800만 달러까지 늘었다.

14년 사이 3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KBO 신인 계약금이 20년 가까이 거의 그대로인 것과 비교하면, 같은 기간 미국 쪽 상한선은 꾸준히 올라갔다는 차이가 있다.

마이너리그 생활비 걱정은 줄었다

예전에는 계약금을 받아도 마이너리그 생활을 하다 보면 금방 사라진다는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마이너리그는 숙소와 생활비 지원, 최저 연봉 보장 제도가 자리를 잡으면서 선수가 계약금을 헤프게 쓰지 않는다면 충분히 생활이 가능한 환경으로 바뀌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산하 마이너리그가 있는 지역은 부동산과 물가가 저렴한 편으로 알려져 있고, 메이저리그 연고지인 피닉스도 LA 같은 대도시에 비하면 부담이 적다. 환율을 적용해 23억원을 한국 기준으로 환산하는 것도 정확한 비교는 아니다. 엄준상은 달러로 받아 달러로 쓸 돈이기 때문이다.

증명하고 가야 한다는 국룰, 그러나 흔들리는 분위기

과거에는 KBO에서 충분히 검증한 뒤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게 정석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그런 경로를 거친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성공 사례가 많지 않다 보니, 굳이 KBO를 거쳐야 한다는 인식 자체가 약해지고 있다.

고교 졸업 시점에 23억이라는 계약금과 메이저리그 직행 기회가 눈앞에 있는 상황에서, KBO의 정체된 계약금 구조가 우수 선수들을 잡아둘 유인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