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수비 잘하는 팀이었다고”.. 한화 팬들이 수비 욕하는 게 이해 안 가는 이유

한화 이글스가 24일 대전 두산전에서 2-7로 완패하며 하루 만에 5위를 두산에 돌려줬다. 선발 에르난데스가 3이닝 4실점으로 조기 강판됐고, 타선은 7회까지 침묵을 이어가다 노시환의 솔로홈런으로 겨우 적막을 깼다.

경기 후 팬들 사이에서는 수비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는데, 흥미롭게도 지금의 수비 부진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폰세·와이스가 가려줬던 민낯

한화 팬들이 지금 수비를 욕하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이 팀이 원래 수비 좋은 팀이었냐고 물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난 시즌 한화 수비가 나쁘지 않게 느껴진 건 폰세와 와이스 두 외국인 투수가 삼진을 쏟아내면서 수비 부담 자체를 줄여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두 투수가 지난 시즌 전체 삼진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했던 만큼, 야수들이 처리해야 할 인플레이 타구 자체가 그만큼 적었다는 얘기다.

그 두 투수가 MLB로 떠난 올 시즌, 수비의 실상이 드러나고 있다. 한화는 현재 리그 10개 구단 중 팀 실책 수가 가장 많다. 올 시즌 한화 실책은 59개로 리그 최다를 기록 중이다. 심우준, 채은성 등 수비로 기대를 모았던 선수들도 시즌 초반부터 기본적인 타구를 놓치는 장면이 잦았고, 결정적인 순간 실책이 나오면서 경기 흐름을 통째로 내준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날 경기, 수비보다 더 답답했던 타선

사실 24일 경기에서 수비 문제보다 더 직접적인 패인은 타선이었다. 에르난데스가 3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간 건 뼈아팠지만, 두산 선발 최민석이 6이닝 97구 2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면서 한화 타선이 7회까지 단 한 점도 내지 못했다.

2회말 2사 1, 2루 찬스는 직선타 범타로 흘렸고, 4회와 5회는 연속 삼자범퇴와 세 타자 연속 삼진으로 이어졌다. 6월 들어 한화 타선의 침체는 눈에 띄게 심화됐다. 문현빈은 6월 타율 0.209에 그치며 시즌 타율도 0.281까지 떨어졌고, 노시환도 이달 2홈런 8타점에 불과하다. 페라자를 제외하면 기대에 미치는 선수를 찾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다.

두산은 타선이 달아오른 만큼 한화를 여유롭게 압박했다. 김민석의 선제 솔로홈런으로 포문을 연 데 이어, 3회 박준순의 2점 홈런으로 0-4까지 달아났다. 6회와 7회에도 추가점을 보태며 7-0까지 벌렸다. 한화로서는 선발이 무너진 상황에서 타선마저 침묵하니 반격의 실마리 자체를 찾기 어려운 경기였다.

수비보다 타선과 선발이 더 급하다

결국 지금 한화 팬들이 수비에 집중해서 욕하는 건, 사실 더 근본적인 문제들을 놓치는 것일 수 있다. 수비는 원래 이 팀의 강점이 아니었고, 폰세·와이스라는 특수한 상황이 그걸 가려왔을 뿐이다.

에르난데스가 3이닝을 버티지 못하고 내려가는 선발 불안, 득점권에서 꽁꽁 묶이는 타선의 무기력함이 지금 한화의 더 본질적인 숙제에 가깝다. 두산에 5위를 내주고 6위로 밀린 한화는 25일 박준영 대 두산 벤자민의 맞대결에서 반드시 시리즈 마지막 경기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