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식이 불펜 아닌 선발에서 잘하는 이유” FA 52억 값은 충분히 하겠네요

LG 트윈스가 23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을 4-3으로 잡으며 파죽의 4연승을 달렸다. 시즌 전적 46승 26패, 2위 KT와의 승차를 3경기로 유지하며 선두 자리를 더욱 공고히 했다. 이날 승리의 일등공신은 5이닝 무실점으로 버텨낸 선발 장현식이었다.

무엇보다 이날 승리는 단순한 1승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불펜 투수로 영입됐던 장현식이 선발 마운드에서 왜 더 잘 던지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경기였기 때문이다.

3191일 만의 선발승

장현식은 이날 67구를 던지며 5이닝 3피안타 1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시즌 6승째이자, 무려 3191일 만의 선발승이었다. 마지막 선발 승리는 NC 소속이던 2017년 9월 27일, 공교롭게도 그때도 상대는 삼성이었다.

타선은 일찌감치 장현식의 뒤를 받쳤다. 1회 문보경의 2타점 적시타로 선취점을 올렸고, 3회 박해민의 솔로 홈런, 4회 상대 실책을 틈탄 추가 득점으로 4-0까지 달아났다. 무난한 승리로 끝날 것 같았지만 6회부터 분위기가 급변했다.

김진성이 무사 만루를 자초하며 강판됐고, 뒤이어 올라온 리오스가 디아즈에게 3점 2루타를 맞으며 1점 차까지 따라붙혔다. 9회에는 마무리 손주영이 1사 만루 위기에 몰렸지만, 구자욱과 디아즈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가슴 쓸어내리는 승리를 지켜냈다.

불펜보다 선발이 잘 맞는 이유

4년 52억 원 FA 계약을 맺고 LG에 합류한 장현식은 지난해 불펜으로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이며 혹독한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 올 시즌 선발로 보직을 바꾼 뒤 눈에 띄게 달라졌다. 이닝당 투구 수가 불펜 시절 18개 안팎에서 최근 4경기는 12~13개 수준으로 줄었다. 단 하나의 실점도 허용할 수 없다는 불펜 특유의 극한 압박에서 벗어나면서 피칭 자체가 부드러워진 것이다.

장현식 본인도 이 변화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요즘 가장 잘 먹히는 구종이 뭐냐는 질문에 한가운데 직구라고 답하며, 그냥 치라는 마음으로 던지고 있다고 밝혔다. 쓸데없이 힘을 주기보다 좋은 밸런스를 유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팬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분석이 나왔다.

불펜에서는 1실점이 곧 평균자책점 9.00으로 직결되는 구조인 반면, 선발은 한 이닝 흔들려도 나머지를 잘 막으면 된다는 심리적 여유가 피칭에 그대로 반영된다는 것이다. 멘탈 문제라는 시각도 많았는데, 선발로 전환한 이후 실제로 달라진 모습이 그 분석에 설득력을 더해주고 있다.

선발 마운드에서 자리 잡는 장현식

염경엽 감독은 경기 후 장현식이 완벽하게 던져줬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리오스, 김진수, 김윤식 등 중간 계투진이 터프한 상황에서 역할을 잘 해줬다고 평가했고, 손주영에 대해서는 어려운 상황을 막아내며 마무리로서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기 후 장현식은 선발이든 불펜이든 자신이 어떤 가치가 있는 투수인지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던졌다고 밝혔다. 자신으로 인해 고생했을 선발 투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생겼다며, 선발 투수가 마운드를 내려간 뒤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긴장감이 얼마나 힘든 건지 비로소 알게 됐다는 말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