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A 타이거즈 김도영이 25일 고척 키움전에서 시즌 21호, 22호 홈런을 연달아 쏘아 올리며 LG 오스틴 딘과 함께 홈런 공동 선두에 올라섰다. 75경기 22홈런이라는 페이스를 144경기에 대입하면 42홈런에 해당한다.
개인 최다였던 2024시즌 38홈런을 이미 넘어서는 수치다. 그런데 이 숫자보다 흥미로운 건 이 경기가 갖는 의미다. 김도영 본인이 “이제 진짜 느낌이 왔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홈런 1위인데 스스로는 부진이라 했다

사실 시즌 내내 김도영은 자신의 타격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공개적으로 말해왔다. 5월 초만 해도 홈런 12개로 리그를 독주하면서도 경기 후 “시즌을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했고, 이달 초까지도 “페이스가 좋지 않은데 홈런이 나와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는 말을 남겼다. 홈런 1위 선수가 스스로 부진이라고 진단하는 이 이상한 상황은 어떻게 봐야 할까.

답은 타율에 있었다. 5월까지 타율은 2할 6~7푼대에 머물렀고, 6월 초 LG 3연전에서 9타수 무안타를 기록하는 등 최근 10경기 타율이 0.194로 떨어지기도 했다. 좌완 투수 상대로는 시즌 타율이 0.217에 불과했고, 주말 경기 타율은 0.169라는 충격적인 수치가 나오기도 했다. 홈런 숫자는 많아도 컨택 자체의 질이 본인 기준에 한참 못 미쳤던 것이다.

김도영 스스로도 그 원인을 돌아봤다. 지난해 햄스트링 부상으로 30경기 출전에 그쳤던 것에 대한 조급함, 홈런 1위라는 타이틀이 만들어낸 장타 욕심, 바깥쪽 공에 손이 나가면서 반복되는 3루 땅볼. 이 모든 게 맞물리며 타격의 흐름이 틀어졌다는 분석이다. 문제를 알면서도 코치의 쓴소리를 한동안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솔직하게 인정하기도 했다.
조승범 코치와의 방 안 대화

반전은 이번 주 시작 전날 밤에 시작됐다. 김도영은 조승범 코치와 방에서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그동안 쓴소리를 들으면서도 고집을 부렸다는 것을 인정하고, 코치가 짚어준 몇 가지를 연습 때부터 의식적으로 신경 쓰기 시작했다. 핵심은 우측 방향으로 나오는 타구를 다시 살리는 것이었다. 밀어치기 비율을 끌어올리면서 바깥쪽 공에 대한 대응력을 되찾고, 당겨치기 위주의 타격 패턴에서 벗어나는 작업이었다.

결과는 키움과의 3연전에서 즉각 나왔다. 3연전에서만 8안타 2홈런 7타점을 몰아쳤다. 25일 두 홈런 모두 슬라이더를 공략했는데, 직구 타이밍에 나가다가 슬라이더에 걸렸다는 본인의 설명이 인상적이다. 억지로 슬라이더를 기다린 게 아니라 타이밍 자체가 정상화됐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대응이 됐다는 의미다. 그게 “진짜 느낌이 왔다”는 표현의 배경이다.
42홈런이 의미 있는 이유
지금 페이스가 끝까지 이어진다면 김도영의 2024시즌 개인 최다 기록인 38홈런을 넘어설 수 있다. 그 시즌에도 40홈런 40도루라는 대기록에 도전했지만 홈런이 두 개 부족했다. 올 시즌 도루는 4개에 불과해 두 부문 동시 도전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 지난해 햄스트링 부상 후유증으로 전력 질주 자체를 아끼는 상황이다.

그러나 타율까지 올라오기 시작한 지금의 흐름은 단순히 홈런 페이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2024시즌 MVP에 통합 우승을 이끌었던 그 김도영이 돌아오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올 시즌 KIA의 가을야구 경쟁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김도영의 부활은 팀 전체에 가장 강력한 변수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