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는 위즈덤 도대체 왜 버렸죠?” 현재 홈런 1위로 마이너 폭격 중인 위즈덤 근황

포스트맨

지난해 KIA에서 35홈런을 치고도 재계약에 실패했던 패트릭 위즈덤(35)이 미국에서 심상치 않은 근황을 전하고 있다. 12일 라스베이거스 원정에서 3경기 연속 홈런이 된 시즌 24호포를 쏘아 올리며 5타수 2안타 3타점.

시즌 타율은 0.327, OPS는 1.3을 넘나든다. 퍼시픽코스트리그(PCL) 홈런 단독 1위. 한국 팬들 사이에서 “괜히 놓아준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다시 도는 이유다.

40경기 남짓 뛰고 홈런왕이라는 비정상

이 홈런 1위의 무게가 남다른 건 경기 수 때문이다. 위즈덤은 트리플A에서 40경기 남짓밖에 뛰지 않았다. 빅리그 콜업과 복사근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기간이 길었는데도, 70경기 이상 소화한 경쟁자들을 모두 제치고 홈런 선두에 올라선 것이다.

시즌 개막 직후 첫 11경기 9홈런으로 2005년 이후 트리플A 타이기록을 세웠고, 지난달에는 한 경기 3연타석 홈런까지 터뜨렸다. 안타의 절반 이상이 홈런인 극단적 장타 머신. 타고투저로 악명 높은 PCL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이 무대에서는 더 증명할 게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런데 메이저에서는 타율 0.122

‘KIA의 실수’ 서사에 제동을 거는 숫자가 있다. 올해 위즈덤의 메이저리그 성적은 15경기 타율 0.122, 1홈런, OPS 0.402. 트리플A를 폭격하고 올라간 빅리그에서는 완전히 막혔다. 운도 없었다. 첫 콜업 때는 한 타석 만에 복사근 부상으로 이탈했고, 복귀 후에는 좌완 상대 플래툰 요원으로 분류돼 기회 자체가 드물었다. 결국 지난달 중순 다시 타코마로 내려왔다.

이게 바로 팬들이 말하는 ‘AAAA급’의 전형이다. 트리플A에서는 신이고 메이저에서는 통하지 않는 선수. 시애틀의 뎁스 구조도 절망적이다. 1루에는 5년 9,250만 달러의 조시 네일러, 3루에도 주전이 버티고 있어, 마이너 계약으로 온 35세 베테랑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좁다. 40경기 만에 홈런왕 페이스를 찍고도 콜업 소식이 없는 이유다.

KIA의 계산도 틀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KIA가 잘못한 걸까. 방출의 근거를 다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난해 위즈덤은 35홈런을 쳤지만 타율 0.236에 삼진 142개, 그리고 승리 기여도(WPA)가 마이너스일 만큼 클러치 상황에서 약했다. 큰 점수 차에서 몰아치고 박빙에서 침묵하는 패턴에 허리 문제까지 겹쳤다.

지금 트리플A에서의 폭격도 결국 같은 유형의 재현이다. 정면승부가 잦고 유인구 승부가 덜한 무대에서 강하고, 수 싸움이 정교해지는 무대에서 막히는 것. KBO 1군 투수들이 승부처에서 위즈덤에게 정직한 공을 주지 않았던 것과 같은 이치다.

후임 농사도 나쁘지 않다. 위즈덤 대신 데려온 해럴드 카스트로는 올 시즌 KIA 타선에서 제 몫을 해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형이 다른 선수를 뽑은 구단의 선택이 현재까지는 틀리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래도 남는 미련, 그리고 흥미로운 상상

물론 미련이 완전히 지워지진 않는다. 팬들 사이에서는 허리만 괜찮았다면 한 시즌 더 볼 만했다는 아쉬움, 1루에 고정해줬다면 달랐을 것이라는 가정, 그리고 이 성적이면 KBO로 돌아와도 통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까지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미국 가더니 더 잘한다는 ‘미국 체질’ 농담도 빠지지 않는다.

정리하면 이렇다. 위즈덤은 지금 자기가 가장 잘하는 무대에서 가장 잘하는 야구를 하고 있고, KIA는 자기 리그에 더 맞는 카드로 갈아탔다. 둘 다 틀리지 않은 선택이 만든 기묘한 평행선. 다만 위즈덤이 시애틀의 부름을 받아 빅리그에서 반등하는 순간, 이 평행선의 해석은 다시 한 번 뒤집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