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후(28·샌프란시스코)가 11일(한국시간) 콜로라도와의 홈경기에서 시즌 100번째 안타를 신고했다. 언뜻 평범한 이정표 같지만 뜯어보면 급이 다르다.
올스타 브레이크 전에 100안타를 채운 선수는 올해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이정후를 포함해 단 14명. 홈런 300호를 넘긴 오타니 쇼헤이(다저스)조차 90경기 95안타로 이 명단에 들지 못했다. 리그 최고의 슈퍼스타도 못 채운 숫자를, 빅리그 2년차 이정후가 86경기 만에 채운 것이다.
잡힌 줄 알았던 100번째 안타

기록의 순간부터 드라마였다. 1-0으로 앞선 2회말 2사, 이정후는 콜로라도 선발 태너 고든의 초구 슬라이더를 받아쳐 우익수 방향으로 보냈다. 콜로라도 우익수 타일러 프리먼이 몸을 날려 잡아내는 듯했지만, 심판은 공이 글러브에 들어가기 직전 그라운드에 먼저 닿았다고 봤다.

콜로라도가 곧바로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으나 원심 유지. 번복돼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아슬아슬한 장면이었지만, 판독 화면을 버텨낸 타구는 그대로 대기록의 마침표가 됐다. 시즌 성적은 324타수 100안타, 타율 0.309다.
추신수 이후 두 번째, 그리고 확 빨라진 속도

이 기록의 무게는 한국인 계보에서도 확인된다. 전반기 100안타를 달성한 한국인 메이저리거는 추신수(2013년 신시내티, 2018년 텍사스)뿐이었다. 이정후는 8년 만에 그 뒤를 이은 역대 두 번째다.

성장 속도는 더 인상적이다. 지난해 데뷔 시즌에는 150경기를 꼬박 뛰어 149안타로 첫 100안타를 채웠는데, 올해는 86경기 만에 도달했다. 4월 한 달 29안타, 5월 말 콜로라도 원정 3연전 15타수 11안타, 6월에는 18경기 연속 안타로 한때 타율 0.338까지 치솟으며 MLB 전체 타격 1위 경쟁까지 벌였다. 도중에 부상자 명단을 다녀오고 7월 들어 페이스가 다소 처졌는데도 이 속도라는 게 핵심이다. 현재 타율은 리그 전체 6위, 2루타 21개와 3루타 3개로 장타 지표도 상위권이다.
그런데 팀은 지고, 올스타에는 못 갔다

빛나는 개인 기록 옆에 그늘도 있다. 이날 샌프란시스코는 8회까지 3-1로 앞서다 9회초 마무리가 무너지며 3-4 역전패를 당했고, 지구 최하위 콜로라도에 1경기 차까지 쫓기는 처지가 됐다. 이정후의 안타 행진이 팀 성적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시즌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더 얄궂은 건 올스타 명단이다. 타율 6위에 전반기 100안타라는 성적표를 들고도 이정후는 올스타에 선정되지 못했다. 외야 자원이 유독 두터운 내셔널리그 사정을 감안해도, 오타니도 못 한 기록의 주인공이 축제 초대장을 못 받은 그림은 팬들 입장에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후반기, 개인 기록 그 이상을 향해

그래도 방향은 분명하다. 지난해 149안타에서 멈췄던 이정후는 올해 이 페이스라면 커리어 첫 시즌 180안타 안팎까지 바라볼 수 있고, 3할 타율 수성과 함께라면 내셔널리그 정상급 교타자라는 평가를 숫자로 못 박게 된다.
남은 과제는 하나다. 이 안타들이 팀의 승리로, 그리고 다음 시즌 올스타 초대장으로 연결되는 것. 오타니도 못 한 기록을 쓴 타자에게, 이제 필요한 건 무대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