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산흠이 무슨 오승환도 아니고”.. 김경문 감독이 볼질에도 강판하지 않은 이유

류현진이 5이닝 2실점으로 한·미 통산 200승을 목전에 뒀다. 한화가 6-3으로 앞서며 승리 가능성이 높아졌던 7회, 윤산흠이 무사 만루를 자초하며 2점을 내줬고 조동욱이 올라왔지만 동점 적시타를 맞으며 결국 끝내기 역전패를 당했다.

경기 후 팬들의 불만이 터졌다. “왜 볼넷을 연달아 내줬는데 바꾸지 않았냐”는 것이다. 직관팬의 생생한 후기를 보면 그 상황이 조금 다르게 읽힌다.

당시 상황을 실제로 들여다보면

1루 쪽 직관석에서 불펜과 벤치가 모두 보였다는 팬의 후기에 따르면 당시 상황은 이렇다. 박준영은 이미 5회말부터 몸을 풀고 있었고, 류현진을 6회에 내리고 박준영을 붙이는 게 애초 게임플랜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윤산흠은 박준영이 홈런과 2루타를 맞은 이후에야 몸풀기를 시작해 마운드에 올랐다. 문제는 7회가 시작됐을 때 몸을 풀고 있는 투수가 없었다는 점이다.

윤산흠이 볼넷을 두 개 내주는 데 걸린 시간이 눈 깜짝할 새였다. 파울 한 개 없이 볼넷이 나왔으니 마운드에 코치가 나가 시간을 벌며 조동욱이 몸을 풀기 시작했지만 이미 늦었다. 불펜투수가 몸을 풀다 식어서 나오는 게 최악이라는 건 투수코치들이 가장 경계하는 상황인 만큼, 준비가 덜 된 채로 올릴 수도 없었다.

윤산흠이 8연속 볼질을 할 거라고 예상할 수 있었나

윤산흠은 5월 내내 안정적인 투구를 이어온 투수였다. 3점 차 주자 없는 상황에서 몸을 충분히 풀고 올라간 선수가 8개 연속 볼을 던질 거라고 예측하고 미리 다른 투수를 대기시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7회 타순도 문제였다.

9번 유준규 대타부터 1번 최원준, 2번 김민혁, 3번 김현수까지 좌타 일색인 상황에서 단순한 좌우 매치업이 아니라 구위가 가장 좋은 윤산흠으로 틀어막는 게 확률적으로 높은 선택이었다는 시각도 있다. 9회에 다시 좌타 라인이 돌아올 때를 대비해 조동욱을 아껴두려는 포석이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비판할 요소는 없나

비판 여지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7회 시작 전 누군가 몸을 풀고 있었다면 윤산흠이 흔들리는 순간 즉각 교체가 가능했다. 6점 차도 아닌 3점 차 상황에서 불펜 대기 없이 한 명에게만 기댄 건 결과적으로 아쉬운 판단이었다. 이런 경기가 이번 한 번이 아니라는 점에서 팬들의 불만이 더 쌓이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오늘만큼은 윤산흠이 주자 없는 3점 차 상황에서 8연속 볼질을 한 게 결정적이었다. 감독 탓을 하기 전에, 몸을 충분히 풀고 올라간 선수가 그 상황에서 스트라이크 하나를 제대로 못 던진 것 자체가 문제의 시작이었다. 류현진의 한·미 통산 200승을 날린 이 패배를 단순히 감독 책임으로만 돌리기엔 그날 마운드 위에서 벌어진 일들이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