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뷔전에서 5이닝 무실점. 육성선수 신분으로 첫 선발 등판에서 승리 투수까지 따낸 박준영이 팬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은 건 불과 이틀 전 얘기다.

그런데 정작 김경문 감독은 선발 자리를 그에게 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음 등판 기회는 정우주에게 넘어갔고, 박준영은 롱릴리프로 물러난다. 팬들이 “이해가 안 간다”고 들고일어난 것도 무리는 아닌 셈이다.
데뷔전 선발승, 그래도 자리는 없다

박준영은 특이한 이력을 가진 투수다. 충암고와 청운대를 졸업했지만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했고, 올 시즌 육성선수 신분으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퓨처스리그에서 7경기 28이닝 4승 무패, 평균자책점 1.29를 찍으며 존재감을 드러낸 끝에 5월 육성선수 등록 제한이 풀리자마자 1군에 합류했다. 그리고 지난 10일 대전 LG전 선발 등판에서 79구를 던져 5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데뷔 첫 경기에서 승리를 가져왔다. KBO 역사상 육성선수가 데뷔전 선발로 나와 승리를 따낸 건 박준영이 처음이었다.

그럼에도 김 감독의 판단은 달랐다. “주위에서 칭찬을 많이 해서 그만해도 될 것 같다”며 슬쩍 웃음으로 넘긴 뒤, 다음 선발 자리는 정우주에게 먼저 주겠다고 못 박았다. 박준영은 선발이 예상보다 일찍 내려갈 경우를 대비한 롱릴리프, 혹은 중간 계투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정우주, 그 선택이 맞긴 한 건가

문제는 정우주의 올 시즌 성적이 썩 좋지 않다는 데 있다. 현재 10⅔이닝, 평균자책점 7.59에 WHIP 2.34, 사사구만 13개를 내줬다. 불펜에서 던지던 정우주가 선발로 전환하는 것 자체는 자연스러운 성장 경로이지만, 지금 수치만 놓고 보면 당장 로테이션을 맡기기엔 불안 요소가 적지 않다. 김 감독은 “세 번 정도 던지는 걸 보고 투수코치와 이야기하겠다”고 했는데, 정작 더 검증이 필요한 쪽이 누구인지 헷갈린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팬들 사이에서도 “직구 하나로 몇 이닝을 버티겠냐”, “왜 자꾸 세 번이라는 숫자에 꽂혀 있냐”는 말이 터져 나왔다. 김경문 감독 특유의 ‘찍은 선수는 밀어주는’ 스타일이 이번에도 작동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마무리 공백까지, 한화 불펜 상황도 만만치 않다

선발 고민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임시 마무리로 뛰어온 잭 쿠싱이 오는 15일 계약 만료로 팀을 떠나면서 뒷문도 다시 열렸다. 기존 마무리 김서현은 올 시즌 평균자책점이 12.38에 달해 마무리 보직을 맡기기 어려운 상황이고, 당분간은 이민우가 마무리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이민우는 11경기 14이닝, 평균자책점 2.57로 그나마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부상에서 복귀 중인 에르난데스와 화이트가 다시 선발진에 합류하면 류현진, 왕옌청, 에르난데스, 화이트에 정우주를 더한 5선발 체제가 완성된다. 박준영이 그 안으로 끼어들 자리는 당분간 없다.
데뷔전에서 역사를 쓴 투수가 다음 등판을 기다리며 불펜 워밍업 자리에 앉아 있는 상황이 팬들 눈엔 영 불편하게 보이는 게 사실이다. 정우주에 대한 세 번의 검증이 끝날 때쯤 박준영의 기세가 어떻게 변해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