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지겨운 김경문 감독의 1번 타자 실험”.. 그냥 ‘이 선수’ 쓰면 끝 아닌가요?

한화 이글스가 27일 인천 SSG전을 8-1로 대파했다. 이날 콜업되자마자 1번 타자로 나선 최인호가 4타수 3안타 1타점으로 활약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좋은 소식이지만, 한화 팬들의 반응은 마냥 밝지만은 않았다.

전반기가 끝나가도록 1번 타자를 확정하지 못한 채 또 새로운 카드를 실험하는 김경문 감독의 라인업 운용에 피로감을 드러낸 것이다. 팬들 사이에서 나오는 해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그냥 페라자를 1번에 쓰면 되지 않냐는 것이다.

끝나지 않는 1번 타자 실험

김경문 감독은 이날 경기 전 1번 타자에 대한 고민을 솔직히 털어놨다. 전반기가 끝나가는데 자리를 잡지 못한 아쉬움을 인정하면서, 그건 숙제로 남겨두고 천천히 잡아가겠다고 말했다. 2군에서 조정 중인 오재원 등 여러 카드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상적인 1번 타자상에 대해서는 많이 출루하고 주루 플레이를 잘하는 유형을 선호한다며, 오타니처럼 잘 치면서도 발이 빨라 상대 배터리에게 압박을 주는 선수를 예로 들었다.

문제는 이 실험이 시즌 내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마땅한 고정 리드오프 없이 선수를 계속 바꿔가며 시험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팬들은 다 실패하고 있는데 차라리 확실한 카드를 쓰라는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팬들이 페라자를 미는 이유

팬들이 1번 적임자로 꼽는 건 외국인 타자 페라자다. 이유는 명확하다. 페라자가 올 시즌 한화 타선에서 가장 꾸준한 생산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6월 27일 기준 페라자는 타율 0.320, 출루율 0.424, OPS 1.000(리그 2위)을 기록 중이다.

득점은 65개로 리그 공동 1위, WAR는 리그 3위에 올라 있다. 홈런도 16개를 때려내며 출루와 장타를 겸비한 모습이다. 시즌 초반 타율 0.381까지 치솟았던 페이스에서 타율은 다소 내려왔지만, 그 사이 장타가 쌓이며 오히려 무게감이 더해졌다.

흥미로운 건 페라자가 김경문 감독이 말한 이상적인 1번 타자상에 상당 부분 부합한다는 점이다. 높은 출루율에 도루 7개를 곁들인 주루까지, 상대 배터리를 압박할 수 있는 요소를 갖췄다. 감독이 원하는 조건을 충족하는 선수가 이미 라인업에 있는데, 굳이 1번을 비워두고 다른 선수를 계속 실험하는 게 의아하다는 게 팬들의 시각이다.

그럼에도 쉽지 않은 이유

다만 페라자를 1번으로 올리는 게 무조건 정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가능하다. 페라자는 출루뿐 아니라 홈런 16개에 OPS 1.000에 달하는 장타력까지 갖춘 타자다. 단순 출루형 리드오프보다는 주자를 불러들이고 직접 큰 것을 때려주는 중심타선 역할에서 더 큰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

그를 1번에 두면 그 장타력을 득점 상황이 아닌 빈 베이스에서 소모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은 벤치 입장에서 고민거리다. 실제로 페라자가 주로 2번에 배치돼온 데는 그런 계산이 깔려 있다.

결국 이날 최인호의 활약은 또 하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최인호는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0.323, 출루율 0.494를 기록하며 리드오프의 핵심 덕목인 출루 능력을 입증한 뒤 콜업됐고, 그 기대에 곧바로 부응했다.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겠다는 단순한 접근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는 본인의 설명처럼, 부담을 덜어낸 공격적인 타격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한 경기 활약으로 1번 타자 고민이 완전히 해결됐다고 보기는 이르다. 최인호 역시 올 시즌 두 차례나 2군을 오갔던 만큼 꾸준함을 증명해야 한다. 팬들이 페라자라는 확실한 카드를 두고 답답해하는 것도, 시즌 절반이 지나도록 리드오프가 고정되지 않은 데서 오는 피로감 때문이다. 김경문 감독이 최인호에게서 답을 찾을지, 결국 팬들의 바람대로 페라자 카드를 꺼낼지, 아니면 또 다른 실험을 이어갈지 후반기 라인업에 시선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