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태인의 FA 몸값으로 4년 120억 얘기가 오가는 요즘, 야구팬들 사이에서 새삼 재조명되는 계약이 있다. 2023년 말 임찬규가 LG와 맺은 4년 총액 50억 계약이다.
그런데 이 50억마저 절반이 옵션이다. 보장액은 고작 26억 원. 이후 임찬규가 보여준 성적을 보면, 역대 토종 선발 FA 가운데 최고의 가성비 계약으로 남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보장 26억, 그런데 성적은 에이스급

임찬규의 계약 구조는 계약금 6억, 연봉 20억에 인센티브가 24억으로, 총액의 48%가 옵션이라는 전례 없는 형태였다. 당시 FA 계약 중 인센티브 비율이 가장 높았던 선수가 19% 수준이었으니 얼마나 이례적인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계약 이후 임찬규는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2024년 10승에 포스트시즌 3승 평균자책점 1.08, 2025년에는 160이닝 넘게 던지며 11승 평균자책점 3.03을 기록했고, 올 시즌도 8승 2패 3점대로 사실상 LG 토종 에이스 노릇을 하고 있다.

FA 이후 3시즌 합산으로 보면 380이닝 이상, 29승, 평균자책점 3.4대다. 같은 기간 국내 최고 선발로 꼽히는 원태인과 비교해도 이닝과 승수, 평균자책점 모두 근소한 차이에 불과하다. 그런 원태인이 120억 소리를 듣는 시장에서, 임찬규는 보장 26억짜리 계약으로 그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이다.
다른 토종 선발 FA들과 비교하면

격차는 다른 계약들과 나란히 놓으면 더 선명해진다. 최원태는 삼성과 4년 최대 70억(보장 58억)에 계약했지만 이적 첫해 8승 평균자책점 4.92에 그쳤고, 올해도 기복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엄상백은 한화와 4년 78억에 계약한 뒤 첫해 2승 7패 평균자책점 6.58로 무너졌고, 올해는 팔꿈치 수술로 시즌아웃까지 됐다. 보장액 기준으로 임찬규의 두 배 이상을 받은 투수들이 성적에서는 오히려 한참 뒤처진 셈이다.

이닝당, 승당 지불 비용으로 따지면 임찬규는 비교 대상 자체가 없다. 옵션을 다 채워 50억을 전부 받아 가더라도, 지금 시장가라면 그 두 배를 줘도 아깝지 않은 성적이기 때문이다.
사기가 아니라 선수의 선택이었다

흥미로운 건 이 계약이 LG가 후려친 결과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구단이 보장액을 더 올려주겠다고 했는데, 임찬규 본인이 “보장을 낮추더라도 잘해서 당당히 받아가는 구조로 해달라”고 역제안했다. 팀의 샐러리캡 사정을 알고 있었고, 처음부터 에이전트에게 LG하고만 협상하라고 못 박았을 만큼 잔류 의지가 강했다. 에이전트가 가장 힘들었던 선수가 임찬규였다는 후문이 나올 정도다.

결과적으로 이 계약은 완벽한 윈윈이 됐다. 구단은 리그 정상급 선발을 헐값에 안았고, 임찬규는 옵션을 거의 다 채워가며 자존심과 실리를 함께 챙겼다. 차명석 단장조차 포스트시즌 활약만으로 보장액 값을 다 했다고 인정했을 정도다. 프랜차이즈 스타의 애정과 자신감이 만든, 다시 나오기 어려운 계약. 임찬규의 4년 50억이 역대급 혜자로 불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