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종진(53) 키움 히어로즈 감독이 5연패 탈출 후 팬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연패가 길어지면서 팬 여러분께 죄송한 마음이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응원을 보내주셔서 감사드린다.” 19일 KT전 3-1 승리 후 던진 이 말에 팬들은 오히려 씁쓸해졌다.
5연패 끊었지만 여전히 5승14패 꼴찌

키움은 19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전에서 3-1로 승리하며 지난 14일 KIA전부터 시작된 5연패 터널을 탈출했다. 그러나 시즌 성적은 5승14패로 여전히 리그 꼴찌다. 한 경기 이긴 걸로 달라질 게 없다는 걸 누구보다 감독 본인이 잘 안다.

승리의 주역은 선발 하영민이었다. 7이닝 3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최고 구속 147km 패스트볼에 슬라이더, 커터, 포크볼, 커브를 섞어 KT 타선을 완벽히 틀어막았다.

불펜도 힘을 보탰다. 8회 2사 만루 위기에서 아시아쿼터 유토가 김현수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며 천금 같은 홀드를 따냈고, 마무리 김재웅은 9회 무사 1·3루 위기를 최소 실점으로 막아내며 마침표를 찍었다. 타선에서는 박주홍과 추재현의 솔로 홈런, 이주형의 적시 2루타가 터지며 균형 잡힌 승리를 완성했다.
감독이 아니라 구단이 문제

경기 후 설종진 감독은 팬들에게 사과와 감사 인사를 전했지만, 누리꾼들의 반응은 달랐다. “감독님이 사과할 일이 아니다”, “이 전력으로 뭘 어쩌라는 건가”, “진짜 문제는 프런트와 구단 운영”이라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키움은 2025시즌 47승 4무 93패로 구단 역사상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팀 타율 0.244, 팀 평균자책점 5.39 모두 최하위. 올 시즌도 19경기 만에 5승14패로 또다시 꼴찌를 달리고 있으니, 4시즌 연속 최하위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정후, 김혜성, 송성문.. 스타는 다 떠났다

키움에 대한 팬들의 불만은 오래 쌓인 것이다. “메이저리그 사관학교”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키움은 핵심 선수들을 포스팅으로 내보내왔다. 2014년 강정호, 2015년 박병호, 2021년 김하성, 2023년 이정후, 2024년 김혜성, 2025년 송성문까지 6명의 메이저리그 포스팅에 성공했지만, 그 과정에서 팀 전력은 공동화됐다.

문제는 포스팅비를 받아도 재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팬들 사이에서는 “키움 프런트는 타 구단만큼 투자를 할 리가 없다”는 말이 정설처럼 굳어졌다. 선수단 연봉 지출이 전 구단 중 가장 적고, 잘하던 외국인 투수도 연봉이 비싸다는 이유로 다른 구단에 넘긴 전력이 있다.
“투자 없이 성과 내라고?”

2025년 7월에는 홍원기 감독과 고형욱 단장이 동시 해임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당시 팬들과 일부 언론은 “투자는 없이 선수 자원만 다 처분해놓고 성과를 못 낸다며 해임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했다.
설종진 감독은 그런 상황에서 지휘봉을 넘겨받았다. 에이스 안우진이 부상에서 복귀 중이고, 선발진과 불펜의 핵심 선수들이 수술대에 올랐던 팀. “사실상 올해도 탱킹 시즌”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전력이 열악한 상태에서 시즌을 시작해야 했다.
홈 6연전 앞두고 반등의 발판 될까

그래서 설종진 감독의 사과가 더 안쓰럽다는 게 팬들의 반응이다. “이 전력 가지고 5연패밖에 안 한 게 대단한 거다”, “감독님 죄송해할 거 없다. 우리는 알고 있다”는 댓글이 달렸다.
5연패를 끊은 키움은 이제 안방 고척 스카이돔으로 돌아가 21~23일 NC, 24~26일 삼성과 홈 6연전을 치른다. 설종진 감독은 “다음 주 홈 6연전도 잘 준비하겠다”고 했지만, 팬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건 감독의 각오가 아니라 구단의 변화일지도 모른다. 5승14패 꼴찌 팀의 감독이 팬들에게 사과하는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잘못된 그림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