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트윈스가 23일 잠실 삼성전에서 4-3 승리를 거두며 4연승을 이어갔다. 1점 차 리드를 지켜낸 마무리 손주영은 이날도 노블론 행진을 이어가며 시즌 16호 세이브를 챙겼다.
숫자만 보면 깔끔한 세이브지만, 과정은 그 어느 때보다 아슬아슬했다. 그리고 경기 후 손주영이 털어놓은 9회 승부의 내막은 그가 왜 LG의 마무리 자리를 꿰차고 있는지를 설명해줬다.
스스로 만든 만루, 스스로 지운 위기

8회 2사 1루에서 등판한 손주영은 커브 유인구로 김영웅을 삼진 처리하며 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진짜 드라마는 9회였다. 선두 대타 최형우에게 우익수 담장 직격 2루타를 맞으면서 단숨에 동점 위기가 찾아왔다. 류지혁의 희생번트로 1사 3루, 동점 주자가 3루에 서 있는 상황이었다.

여기서 손주영의 선택이 범상치 않았다. 김지찬과 김성윤을 차례로 볼넷으로 내보내며 스스로 1사 만루를 만든 것이다. 내야가 전진 수비를 펼치고 있어 땅볼을 유도해도 병살이 나오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컨택 능력이 좋고 발까지 빠른 1, 2번 타자보다 차라리 뒤에 나올 구자욱과 디아즈를 상대하는 게 낫다는 계산이었다.

만루를 채우고 수비가 정위치를 잡자 손주영은 커브와 하이 패스트볼 조합으로 승부를 걸었다. 구자욱을 아웃코스 높은 하이 커터로 헛스윙 삼진 처리한 데 이어, 디아즈마저 커브 유인구에 힘없이 방망이를 돌리게 만들며 연속 삼진으로 위기를 마무리 지었다.
배짱과 확신, 그리고 동료 신뢰

만루 상황에서 낙차 큰 커브를 던지는 건 폭투 한 번에 동점 혹은 역전으로 직결될 수 있는 도박이다. 그런데도 손주영은 폭투 걱정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포수 박동원의 블로킹이 워낙 완벽해 마스크를 쓰고 앉아있으면 그냥 벽이 서 있는 것 같다는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포수가 사인을 내면 그저 공을 꽉 쥐고 자신 있게 던지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구자욱과 디아즈를 상대로도 흔들리지 않은 이유는 자신의 구위에 대한 확신이었다. 커브만 제대로 떨어지면 무조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었고, 그 믿음은 결과로 증명됐다. 블론 세이브 위기를 맞았을 때도 가볍게 던지다 맞으면 잠을 못 잘 것 같아서 전력으로 던졌다고 했다. 후회 없이 끝내겠다는 마인드였다.
유영찬이 돌아와도

LG는 시즌 전 마무리 유영찬이 팔꿈치 수술로 이탈하면서 손주영에게 마무리를 맡겼다. 임시방편처럼 시작된 선택이었지만, 손주영은 시즌 내내 노블론 행진을 이어가며 리그 구원 부문 2위(16세이브)까지 올라섰다. 1위 삼성 김재윤과의 차이는 단 1개다.

이날 경기에서 손주영이 보여준 건 단순한 실력 이상이었다. 위기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는 멘탈, 상대 타자를 분석한 순간 판단, 그리고 동료에 대한 신뢰까지 마무리 투수에게 필요한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는 걸 증명했다. 유영찬이 복귀하더라도 손주영을 마무리에서 내려야 할 이유를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