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고척 KIA전, 키움은 외국인 에이스 알칸타라를 마운드에 올렸지만 결과는 4-9 완패였다. 박준현, 안우진, 알칸타라로 이어지는 선발 트리오를 3연전에 모두 투입하고도 3연전 합산 26실점으로 스윕을 당했다.
이로써 올 시즌 KIA전 9전 전패, 가을야구 진출 확률은 0%로 소멸됐다. 이제 1패만 더하면 리그에서 가장 먼저 시즌 50패를 밟는다. 선수만 탓하기엔 이 팀의 문제가 너무 구조적이다.
최선을 다해도 이길 수 없는 구조

3연전 동안 박준현은 5이닝 2실점, 안우진은 5이닝 6실점, 알칸타라는 6이닝 4실점을 기록했다. 박준현과 알칸타라의 투구 내용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마운드가 버텨주는 동안 타선이 침묵했다는 것이다. 3연전 동안 키움 타선이 뽑아낸 득점은 총 11점, 평균 3.7점에 불과했다. 에이스를 내도 이길 수 없는 구조가 고착화된 것이다.

설종진 감독은 선수들이 경기 후에도 자발적으로 남아 특별 타격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어린 선수들은 물론 베테랑까지 매일 야간 훈련을 자청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선수들 탓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노력은 하고 있는데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은 애초에 전력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상황이 만들어진 배경

키움은 강정호, 박병호, 김하성, 이정후, 김혜성, 송성문으로 이어지는 핵심 선수들을 차례로 메이저리그에 보내며 포스팅 수익을 쌓았다. 팬들이 유망주 장사라고 부르는 이 구조의 핵심에는 최대 주주 이장석이 있다. 이장석은 KBO로부터 영구 제명 처분과 구단 운영 개입 금지 명령을 받았음에도 대리인들을 통해 구단에 관여하고 있다는 의혹을 꾸준히 받아왔다.
지난해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이례적으로 키움 히어로즈와 이장석을 겨냥한 성명서를 낼 정도였다. 선수협은 특정인 한 명에 의해 구단 운영이 좌지우지되는 구시대적 체계를 고수하고 있다며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포스팅으로 빠져나간 선수들이 남긴 돈이 팀 전력 강화에 재투자됐다면 지금쯤 다른 그림이 그려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정후가 남기고 간 약 250억 원에 달하는 포스팅 수익을 포함해 그 돈이 어디로 갔는지 팬들 입장에서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2군 시설 부실 문제가 공론화되고, 샐러리캡 평균을 한참 밑도는 선수단 운영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드래프트로 모은 유망주,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키움이 내세우는 미래 비전은 정현우, 박준현에 이어 하현승까지 드래프트 상위 자원을 모아 안우진이 포스팅 자격을 갖추는 2028년 시즌 이후를 노린다는 것이다. 플랜 자체가 틀린 건 아니다.
문제는 그 사이 지금 당장 경기장에 나오는 선수들이 너무 얇다는 점이다. 유망주를 지명해 키우는 것과 당장 싸울 수 있는 전력을 구축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지금 키움은 전자에만 집중하면서 후자를 완전히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

팬들 사이에서 드래프트 제도 손질이나 샐러리캡 강화를 통해 이 구조를 억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홈구장 최저 관중 기록을 경신하고, 같은 서울 연고 팀들과 비교도 안 되는 팬층을 갖고 있는 키움이 돔구장을 쓰면서도 흥행에 실패하는 건 경기 내용 때문만이 아니다.
팬들이 프런트를 믿지 못하는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선수들이 밤늦게까지 방망이를 돌리는 동안, 그 노력이 빛을 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프런트의 몫이다. 지금 키움에서 그 역할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 있는지가 가장 큰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