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년간 마운드를 지킨 좌완 고효준(43)이 결국 유니폼을 벗었다. 울산 웨일즈는 27일 밤, 고효준이 이날 롯데와의 퓨처스리그 경기를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은퇴 발표 직전 고효준이 남긴 인터뷰가 묘한 여운을 남긴다. 올 시즌 KBO 구단과 계약 직전까지 갔다가 무산됐다는 이야기였다. 1군에서 한 경기만 던졌어도 KBO 최고령 등판 기록은 그의 차지였다.
계약 직전까지 갔던 1군 복귀

고효준은 27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진우가 보유한 최고령 등판·최고령 승리 기록을 바라보며 지내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인터뷰가 끝난 뒤 올 시즌 KBO 구단의 제의가 전혀 없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며 계약 직전 단계에서 무산됐다고 아쉬워했다. 그리고 한마디를 더 덧붙이려다 말을 아꼈는데, 그게 바로 은퇴 결심이었다는 사실은 발표 이후에야 드러났다.
올 시즌 고효준은 울산 웨일즈 소속으로 퓨처스리그에서 33경기에 등판해 2승 2패 7홀드 5세이브, 평균자책점 2.45를 기록했다. 43세 나이가 무색한 성적이다. 퓨처스리그 최고령 승리, 세이브, 홀드 기록을 모두 갈아치우며 건재를 증명했다.
베테랑 좌완 뎁스 차원의 아쉬움

고효준의 은퇴가 아쉬운 건 베테랑 좌완 자원이 갖는 가치 때문이다. 사실 한화 불펜은 시즌 초반 리그 최하위까지 떨어졌다가 5월 들어 윤산흠, 이상규 등이 자리를 잡으면서 안정을 찾아왔고, 좌완 조동욱도 지난해보다 구속이 오르고 제구가 개선되며 제 몫을 해주고 있다. 좌완 불펜이 아예 없는 팀은 아니라는 얘기다.

다만 김범수가 KIA로 이적하면서 필승조를 믿고 맡길 만한 좌완 뎁스가 얇아진 건 분명한 약점으로 꼽힌다. 한화가 손아섭을 내주고 두산에서 좌완 이교훈을 데려올 만큼 좌완 뎁스 보강에 신경 썼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름으로 갈수록 불펜 소모가 심해지는 시기인 만큼,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좌완 한 명이 뒤에 버티고 있다는 건 그 자체로 무시할 수 없는 카드다. 고효준 같은 자원이 1군 불펜 한 자리를 채웠다면 뎁스 차원에서 보탬이 됐을 거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번복 가능성마저 닫아버린 은퇴식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이 은퇴가 다소 이르다는 반응도 있다. 올여름 어느 팀이든 불펜난이 심해지면 시즌 도중 다시 부름을 받을 수도 있는데, 은퇴를 공식화해버리면 그 가능성마저 닫히는 것 아니냐는 아쉬움이다. 불펜 불안이 어느 한 팀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베테랑 좌완을 찾는 팀이 나올 여지는 충분했다. 한화조차 손을 내밀지 않는 상황이라면 은퇴가 맞다는 현실론과, 그래도 한 시즌 더 볼 수 있지 않았겠냐는 아쉬움이 교차한다.

다만 고효준 본인은 이미 마음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은퇴식은 28일 자신이 프로 생활을 시작했던 롯데를 상대로 열린다. 부모님과 아내, 딸 등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25년 프로 인생의 마지막 페이지를 쓴다. 2002년 롯데에서 출발해 SK, KIA, 롯데, LG, SSG, 두산을 거쳐 마지막을 울산에서 마무리하는 긴 여정이었다. 비록 1군 최고령 등판 기록은 끝내 손에 넣지 못했지만, 마흔셋까지 마운드에 선 그의 투혼만큼은 충분히 기억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