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년 307억원 계약을 맺은 4번 타자가 6번으로 내려가더니, 득점권 상황에서 희생번트까지 댔다. 11일 대전 KIA전, 노시환(25·한화)의 모습이다. 김경문 감독도 “안 바꾸는 게 좋은데 한 번 바꿔야 할 상황이 왔다”고 인정했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노시환은 이날 3타수 무안타 1삼진으로 침묵했고, 시즌 타율은 0.157(51타수 8안타)까지 떨어졌다. 삼진은 20개로 리그 최다. 4회 무사 1, 2루에서 희생번트를 성공시키며 팀을 위해 몸부림쳤지만, 8회 1사 1, 2루 찬스에서는 인필드 플라이로 허망하게 물러났다. 한화는 5-6으로 역전패했다.
단순한 슬럼프가 아니다

노시환을 오랫동안 지켜본 팬들 사이에서는 “이건 단순히 운이 없거나 일시적인 게 아니다”라는 분석이 나온다. 작년 부진했을 때와 비교해도 지금은 폼 자체가 완전히 무너져 있다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몸쪽 공에 대한 선구가 아예 안 된다는 점이다. 쳐봤자 좋은 타구가 나올 수 없는 꽉 찬 코스는 물론, 아예 빠지는 공에도 배트가 무분별하게 나간다. 무의미한 헛스윙이나 파울이 반복되면서 스스로 카운트 싸움을 어렵게 만들고 있고, 유리한 카운트에서조차 참아야 할 몸쪽 공에 배트가 나가며 기회를 날린다. 상대 투수들은 이미 이 약점을 간파하고 몸쪽을 집요하게 찌르고 있다.
타이밍도 갈피를 못 잡는다

스트라이드가 큰 타격폼 특성상 기복은 피할 수 없지만, 지금은 집나간 타이밍이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시즌 초 두세 경기는 너무 늦어서 문제더니, 지금은 반대로 너무 빨라서 3루 쪽 파울만 양산하거나 평범한 유인구에 허무하게 속는다. 본인이 타이밍을 의식해 늦추려고 하면 다시 완전히 늦어버리는, 그야말로 ‘타이밍의 딜레마’에 빠진 총체적 난국이다.

자신감 결여도 눈에 보인다. 준비 자세부터 왼쪽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데, 타격 시동이 걸리기 전에 이미 몸에 힘이 들어간 게 문제다. 자신감이 떨어지니 몸이 경직되고, 타격 리듬이 깨진 상태에서 배트를 돌리다 보니 정타가 나올 리 만무하다. 안 맞아서 몸이 굳고, 몸이 굳으니 더 안 맞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몸쪽 약점은 하루이틀이 아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몸쪽 공에 약한 건 하루이틀 일이 아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산 브랜든이 몸쪽만 줄기차게 찔러대서 삼진 잡은 적도 있고, 좌완이 던지는 몸쪽 깊숙한 볼은 노시환에게 쥐약이라는 것이다. “이 문제가 몇 년째 계속되는데 고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그럼 차라리 상대 실투라도 잘 받아쳐야 하는데 그것도 안 되는 게 문제”라는 분석도 있다.

일부 팬들은 “2군에서 전면적인 타격 어프로치 개선 없이는 이 문제가 노시환 은퇴할 때까지 따라다닐 것”이라며 “문제는 선수 본인이 개선할 의지가 있느냐”라고 꼬집었다.
2군이라도 보내야 하나

지금 상태라면 차라리 2군에서 김기태 코치에게 정밀 레슨을 받는 것도 방법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1군에서 계속 써야 한다면 예전 김태균처럼 투스트라이크 이전까지는 아예 몸쪽을 버리고 바깥쪽 위주로 공략하는 수싸움의 변화나, 채은성이 작년에 변화했던 것처럼 중심 이동 폭을 줄여서 타이밍의 안정감을 찾는 기술적 변화가 시급하다는 제안도 있다.

307억원 계약에 걸맞은 책임감이 필요한 시점이다. 코칭스태프 역시 이 부진이 더 길어지기 전에 어떤 식으로든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 이대로 방치하기엔 팀에 가해지는 타격이 너무 크다. 한화는 6승 6패, 노시환의 반등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