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A 타이거즈가 개막 2연패에 빠졌다. 28일 SSG에 6-7 끝내기 역전패. 29일에도 6-11로 무너졌다. 두 경기 모두 불펜이 발목을 잡았다. 겨울 내내 공들인 보강이 첫 시험대에서 와르르 무너졌다.
“밥 먹을 자격이 없습니다”

김범수가 이 말을 했다고 한다. 개막전이 끝난 뒤 숙소 사우나에서 손승락 수석코치를 만났을 때였다. 이범호 감독이 전한 내용이다.

김범수는 개막전 7회에 올라왔다. 네일이 6이닝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던지고 내려간 뒤였다. 5-0 리드. 남은 건 3이닝을 막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선두타자 김재환에게 풀카운트 끝에 볼넷. 고명준에게 우중간 안타. 최지훈에게 우전 안타. 순식간에 무사 만루를 만들고 내려왔다. 후속 투수들이 3점을 다 불러들였다.

시범경기에서는 4경기 평균자책점 0.00이었다. 한화에서 3년 20억원에 이적한 뒤 첫 무대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 이 감독은 “새로운 팀에서 잘하고 싶었을 것이다. 중요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갔기 때문에 긴장감은 충분히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며 감쌌다.
정해영·조상우도 연쇄 붕괴

김범수가 만든 위기는 시작일 뿐이었다. 9회초 KIA가 1점을 더 뽑아 6-3으로 달아났다. 마무리 정해영이 올라왔다. 그런데 선두타자 최지훈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안상현에게 2루타, 오태곤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6-5.

조상우가 급하게 올라왔다. 볼넷, 안타, 볼넷. 1사 만루에서 폭투로 끝내기 점수를 내줬다. 6-7. 정규이닝 개막전 끝내기 패배는 KBO 역사상 처음이다.
작년 후반기 몰락도 같은 패턴이었다. 7월 22일 광주 LG전. 8회말 6득점으로 역전을 앞두고 정해영과 조상우가 9회에 5점을 내줬다. 그 뒤로 시즌 끝까지 둘 다 회복하지 못했다. 그때도 불펜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이범호 감독은 ‘마무리 정해영’을 고수했다.
겨울에 뭘 한 건가

KIA는 작년 블론세이브 21차례, 역전패 30차례를 기록하며 8위로 추락했다. 당연히 불펜 보강에 올인했다. 김범수를 3년 20억원에 데려왔고, 조상우와 FA 재계약을 맺었다. 베테랑 이태양과 홍건희도 품에 안았다.
그런데 첫 경기부터 터졌다. 에이스 네일은 6이닝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던지고도 패전 투수가 됐다. 작년에도 164⅓이닝 평균자책점 2.25를 기록하고 8승에 그쳤던 불운의 사나이다.
29일 2차전도 마찬가지였다. 이의리가 2이닝 4실점, 황동하가 1⅓이닝 6실점으로 무너졌다. 타선이 나중에 6점을 뽑았지만 이미 9-0으로 벌어진 뒤였다.
이범호 감독의 선택

이 감독은 여전히 신뢰를 보내고 있다. “불펜 투수들이 갖고 있는 능력은 좋다고 생각한다. 선발진 뒤에서 불펜 투수들이 확실하게 받쳐줘야 올해 성적이 날 수 있다. 믿음은 흔들림이 없을 것이다.”
개막 한 경기 만에 마무리를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정해영이든 조상우든 다음 등판에서 반등하지 못하면 믿음에도 한계가 있다. 작년처럼 불펜 개편 결단을 내리지 못한 채 패전만 쌓아가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플랜B는 준비해둬야 한다.
KIA는 31일부터 잠실에서 디펜딩챔피언 LG와 3연전을 치른다. 최악의 분위기에서 작년 우승팀을 만난다.